납득할 수 없는 성과평가로 승진누락…괴롭힘일까요?
김긍정씨는 꽤 규모 있는 제약회사의 계열사인 건강기능식품회사 영업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긍정씨는 R&D팀으로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 당시 직속 상사였던 연구소 소장과 업무 스타일도 잘 맞지 않아 자청하여 이동한 것인데, 외향적인 성격에 낯선 것에도 두려움이 없는 편이라 잘 적응했고 벌써 8년이나 지났습니다. 입사 기준으로 치면 13년차이니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승진이 조금 늦는 것 빼고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긍정씨 정도의 나이와 근속년수라면 이미 팀장급이지만, 긍정씨는 항상 자신의 히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전년도 성과평가 결과가 나온 뒤 긍정씨는 정말 우울해졌습니다. 다음 인사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꼭 S등급이 나왔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또 B등급이 나왔습니다. 작년에는 새로 영입된 영업본부장이 긍정씨의 사정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속팀의 실적도 좋았고, 업무적으로 실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소문에 임원진들 사이에서 김긍정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연구소 소장과 영업본부장이 회의 자리에서 사적인 대화를 빙자하여 나누는 대화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과거 김긍정씨의 상사였던 연구소 소장과 영업본부장은 대학 동기이고 자신에 대한 뒷담화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아무래도 본부장이 고의적으로 승진을 막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괴로웠습니다.

괴로워만 하느니, 이유라도 알자 싶어 성과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역시나 본부장이 최하위 점수를 준 항목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B등급이 나오게 된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본부장에게만 유일하게 상대평가 점수를 줄 수 있는 항목이 있는데, 본부장이 최하위 점수를 주지 않고서야 B등급이 나올 수가 없는 계산이었습니다. 김긍정씨는 본부장의 고의성이 충분히 확인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긍정씨는 본부장을 피신고인으로 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불공정한 평가로 인한 승진 누락을 피해 사실로 직장 내 괴롭힘 고충 신고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피신고인인 본부장은 성과평가 기본 계획에 따라 팀장급이 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본부 내의 3급 직원들의 성과평가 총점과 순위에 기초하여 등급 배분을 고려한 평가를 하였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평가자인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범위를 벗어나 권한을 행사하였다거나 고의로 최하위 점수를 주었다고 볼만한 정황 또는 근거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불성립으로 판단하였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긍정씨는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본부장에게 상대평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한, 특정 항목의 평가 결과가 팀장의 평가와 불일치할 수 있고,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도 성과평가가 불공정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항상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직무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성과평가 항목,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과 행동을 표현하는 성과평가 기준을 만들어 구성원들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이 일정한 평가 범주에 해당하는 평가 등급을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면, 등급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는지 회사는 그 결과에 대해 항상 분석하고 측정해야 합니다. 가령 해당 성과평가의 결과가 특정 성이나 특정 부서에 불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거나 차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 시스템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1년 내내 성심껏 일해 온 구성원들에게 성과평가 결과는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구성원들의 동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 또는 증가하고 있다면 기업은 성과평가 기준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재고해야 합니다. 또한 평가자의 정확한 평가를 위한 교육을 매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불공정한 평가의 희생자라고 믿는 구성원들에게 공식적인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한 절차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 결과를 통지하기 전, 평가자의 상위 관리자가 점검하도록 하고 이의신청 제도 시행에 앞서 피평가자와의 면담을 통해 수용도를 높이는 과정을 통해 다음 해 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구성원에 대한 세심한 노력과 배려도 중요합니다. 피평가자와의 면담 시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 적절한 방법과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동기부여하는 것 또한 관리자로서의 중요한 역량과 스킬이므로 조직은 평가자들에게 구성원 면담 및 의사소통 방법에 대하여 꾸준히 교육하여 구성원들의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윤진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