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많은 홍대보다 좋아요"…돈 쓰는 2030 몰리는 '핫플'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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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골목 상권 '합마르뜨' 인기
'하늘길' 정식 명칭 생기고 매출도 더 늘어
홍대와 차별화 콘셉트로 직장인 수요 잡아
"젠트리피케이션 피하려면 자생적 노력 중요"
'하늘길' 정식 명칭 생기고 매출도 더 늘어
홍대와 차별화 콘셉트로 직장인 수요 잡아
"젠트리피케이션 피하려면 자생적 노력 중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합정역 7번 출구 일대가 20~30대 사이 '핫플(명소)'로 뜨고 있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모였다는 의미에서 '합마르뜨(합정동+몽마르뜨)'라는 별칭도 생겨나며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골목상권 살리기'의 일환으로 이 일대에 '하늘길'이라는 정식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11일 오전 11시 30분께 방문한 합마르뜨 내 멕시코 음식과 일식 전문점 등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를 뚫고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직장인 박모 씨(32)는 "좀 더 어렸을 땐 홍대에 많이 갔는데, 번잡한 분위기라 잘 안 찾게 된다"면서도 "이곳은 비교적 조용하고 개성 있는 가게들도 많아서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온라인상에서 '합마르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33% 늘었다. 다수 언급된 긍정 키워드로는 '다양하다', '조용하다', '즐긴다', '분위기 좋다', '눈에 띈다' 등이 있었다. 이달 들어 인스타그램(SNS)에는 합마르뜨에 새로 생겨난 하늘길을 언급하며, "주택가인데 카페, 주점, 책방, 편집숍이 다 모여있어서 조용한데 개성 있는 데이트 코스로 뜨고 있다"고 인기를 전하는 글도 올라왔다. 합마르뜨가 핫플로 자리 잡은 데는 시가 지난해 4월 서울 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골목상권을 대상으로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시는 합마르뜨를 포함한 다섯 곳에 3년간 상권당 최대 30억원을 투입해 각종 시설을 구축한다는 것에 힘을 보태고 합마르뜨를 대상으로 독립서점과 이색 맛집 등이 모인 '크리에이터 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마포구도 지난달 10~11일 양일간 합마르뜨 내 하늘길에서 '하늘길 합정 상권 브랜드 페스타'를 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늘길 인근 커피 전문점 사장은 이 같은 홍보 효과를 봤다며 "거리에 조명도 달리고 하다 보니 밤이 되면 축제 분위기가 나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하늘길은 합정만의 한적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골목상권"이라며 "갤러리, 독립서점, 창작 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이 밀집해 개성 넘치는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골목상권 '리브랜딩' 노력은 이곳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함께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0월 핀테크 기업 핀다가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공개한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합마르뜨 방문객 10명 중 4명(39.5%)이 'MZ세대'에 속하는 20대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주요 골목상권 7개 중 합마르뜨는 20대의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권 1위(31%)를 차지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1~8월 상반기 총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하늘길 인근 디저트 전문점 직원은 "골목 곳곳에 예쁜 가게가 많고, 조용하고 분위기가 있다 보니 20대 후반에서 30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주변 카페들도 보면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강해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인근 꽃집 사장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생화 트리나 리스 등을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하러 오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며 "동네 자체가 깔끔하고, 차를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하고, 식당도 좀 더 고급스러운 곳이 많아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곳 일대 상인들은 인근 홍대입구역 상권의 시끌벅적한 번화가 분위기와 다른 콘셉트로 밀고 나간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하늘길 인근 커피 전문점 사장은 "홍대는 유행 따라 들어오는 가게들이 많다면, 합정 인근은 비교적 개성을 가진 가게들이나 특색있는 곳들이 많아서 그걸 매력적으로 여겨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것"이라며 "홍대처럼 시끄럽거나 번잡하지 않아서, 가격대가 높아도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 합마르뜨 일대에 관심을 갖는 창업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로 문의가 들어오는 건 카페나 식당 등 먹는 상권"이라며 "옆 동네 홍대는 클럽 문화나 중고등학생의 수요를 잡으려는 분위기라면, 합정 상권은 돈 쓰는 거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인 20~30대 직장인 소비자의 선호도를 잡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임대료가 주변에 비해 저렴하지 않은데도 새로 정착해 창업하려는 젊은 분들의 문의가 많고, 공실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 김영갑 KYG 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홍대 상권이 워낙 월세도 비싸지고 수익성이 안 나다 보니 상인들이 옆으로(합정역 인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급성장한 상권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시의 주도적인 홍보뿐만 아니라, 상인들의 자생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권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면 자리 잡은 상인들이 떠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상인, 건물주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시너지가 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오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만한 개별적인 노력과 지식, 철학, 라이프스타일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