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만돌린', 한국의 '피리'…"옛 악기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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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 남성 2명이 악기를 들고 기자간담회에 등장했다. 손에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앙증맞은 악기들이 들렸다. 리코더와 만돌린. 두 사람은 소박하고 친근한 사운드로 바흐의 피아노곡집 '인벤션'을 들려줬다. 2개의 성부로 구성된 이 곡을 각각 두 악기 주자들이 한 성부씩 맡아서 연주했다. 수백년전 유럽의 '스트리트 감성'은 이런 것일까.
리코더 연주자 겸 지휘자 조반니 안토니니와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은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한화클래식'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연주를 선보였다. 한화클래식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고(古)음악 축제다. 고음악은 바로크 시대와 그 이전의 음악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서양 클래식계에서는 시대 악기를 사용하는 역사주의 연주가 수십년 전부터 주류로 자리잡았다. 한화클래식은 고음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10년째 이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조반니 안토니니는 1985년 창단한 이탈리아 바로크 앙상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끌고 내한했으며, 만돌린 연주자 아비탈과 함께한다. 기타처럼 생긴 만돌린은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미국의 벤조, 한국의 향비하, 당비파 등과 유사하다. 아비탈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직관적인 악기"라며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줄을 튕겨 연주하는 악기들이 있는데 그중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악기가 만돌린"이라고 소개했다.
낮은 진입장벽 때문일까. 만돌린은 18세기에 자주 연주됐지만, 이후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진지한 악기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늘날 공연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비탈은 왜 흔하지 않은 이 악기의 매력에 빠진걸까. 그는 "8세 때부터 만돌린을 연주했는데, (만돌린은)실력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만돌린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채로움'을 꼽았다. "만돌린으로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하면 러시아 느낌이, 비발디 곡을 연주하면 이탈리아 느낌이 나죠.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를 연주하면 미국적인 소리가 납니다. 카멜레온 같은 악기죠. "
올해 공연에서는 한국 전통 악기인 피리도 연주한다. 안토니니는 리코더 대신 피리를 들고 위촉작품인 솔리마의 '피리, 현,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쏘(So)'을 세계 초연할 예정. 이 곡은 원래 짧은 앙코르용으로 작곡됐지만, 이번엔 4∼5분 길이로 작곡된 버전을 들려준다. 안토니니는 베를린필하모닉, 로얄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무대에 초청받는 지휘자이자 리코더 연주자다. 그는 최근 피리의 소리에 매료됐다고 이야기 했다.
안토니니는 "한국의 오보에라고 할 수 있는 피리는 굉장히 흥미로운 악기"라며 "피리의 음성에서 여성이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바로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가 시대악기로 바흐, 비발디, 헨델 등의 작품들 을려준다. 16~18세기 유행했던 류트, 테오르보 등의 옛 발현 악기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안토니니는 "우리 단체만의 분명한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명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악기가 가진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앙상블이 40년 가까이 장수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항상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른 해석을 하려 하고, 이전에 했던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연주자의 커리어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
공연은 이달 12∼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리코더 연주자 겸 지휘자 조반니 안토니니와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은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한화클래식'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연주를 선보였다. 한화클래식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고(古)음악 축제다. 고음악은 바로크 시대와 그 이전의 음악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서양 클래식계에서는 시대 악기를 사용하는 역사주의 연주가 수십년 전부터 주류로 자리잡았다. 한화클래식은 고음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10년째 이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조반니 안토니니는 1985년 창단한 이탈리아 바로크 앙상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끌고 내한했으며, 만돌린 연주자 아비탈과 함께한다. 기타처럼 생긴 만돌린은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미국의 벤조, 한국의 향비하, 당비파 등과 유사하다. 아비탈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직관적인 악기"라며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줄을 튕겨 연주하는 악기들이 있는데 그중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악기가 만돌린"이라고 소개했다.
낮은 진입장벽 때문일까. 만돌린은 18세기에 자주 연주됐지만, 이후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진지한 악기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늘날 공연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비탈은 왜 흔하지 않은 이 악기의 매력에 빠진걸까. 그는 "8세 때부터 만돌린을 연주했는데, (만돌린은)실력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만돌린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채로움'을 꼽았다. "만돌린으로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하면 러시아 느낌이, 비발디 곡을 연주하면 이탈리아 느낌이 나죠.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를 연주하면 미국적인 소리가 납니다. 카멜레온 같은 악기죠. "
올해 공연에서는 한국 전통 악기인 피리도 연주한다. 안토니니는 리코더 대신 피리를 들고 위촉작품인 솔리마의 '피리, 현,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쏘(So)'을 세계 초연할 예정. 이 곡은 원래 짧은 앙코르용으로 작곡됐지만, 이번엔 4∼5분 길이로 작곡된 버전을 들려준다. 안토니니는 베를린필하모닉, 로얄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무대에 초청받는 지휘자이자 리코더 연주자다. 그는 최근 피리의 소리에 매료됐다고 이야기 했다.
안토니니는 "한국의 오보에라고 할 수 있는 피리는 굉장히 흥미로운 악기"라며 "피리의 음성에서 여성이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바로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가 시대악기로 바흐, 비발디, 헨델 등의 작품들 을려준다. 16~18세기 유행했던 류트, 테오르보 등의 옛 발현 악기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안토니니는 "우리 단체만의 분명한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명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악기가 가진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앙상블이 40년 가까이 장수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항상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른 해석을 하려 하고, 이전에 했던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연주자의 커리어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
공연은 이달 12∼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