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카스게비 29억원, 리프제니아 41억…도대체 왜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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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경제성 결과 반영한 약가
지난 8일(미국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포유전자치료제 신약을 새로 승인하면서 ‘억’소리가 나는 고가약이 늘어났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적용된 첫 의약품 ‘카스게비’의 투약비용은 220만 달러(약 29억원)이며, 같은 날 함께 승인받은 ‘리프제니아’는 310만 달러다.
두 약 모두 아프리카 혈통 흑인에서 주로 발병하는 희소 유전병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지만 개인이 부담하기엔 두 약 모두 너무 비싸다. 유전자치료제라는 약에는 왜 항상 이런 고가의 가격표가 붙는지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희귀병 환자를 위한 의약품 개발에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희귀·희소병 시장은 당초 수요가 적은 시장이다. 가령 국내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수는 150명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가격 책정으론 이 같은 환자들을 위한 약 개발이 불가능하다. 약 개발에는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희귀병 치료제의 약가는 비용 효용성 및 비용 경제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책정된다(대부분의 약이 그렇지만 희귀병 치료제 약가 책정에서 더 도드라진다). 단순히 제조비용 등 원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신약이 기존의 치료 대비 사회적인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된다.
카스게비 및 리프제니아의 치료비용이 공개되기 앞서 의약품의 약가를 감시하는 민간 기관은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지난 7월 두 의약품의 예상 약가를 산출해 발표했다. ICER가 발표하는 약가는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미국 공공보험인 메디케어가 약가협상을 하는 등에 주요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당시 ICER는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약가가 135만~205만 달러 사이라면 비용 효율성 기준점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우리 돈으로 하면 최대 약 27억원으로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ICER는 이를 합리적인 비용이라 평가했다.
ICER는 이중 혈관폐색(VOC)이 발생시키는 의료비 부담에 집중했다. 잦은 VOC 발생은 이 병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초승달처럼 길쭉한 낫 모양(겸형)의 적혈구가 많을수록 서로 더 잘 엉켜 혈관을 막는 혈관 폐색을 일으킨다.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할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도 발생한다.
그만큼 VOC는 입원환자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에 따르면 중증 빈혈증 환자들은 1년에 평균 4번의 VOC가 발생했으며, 발생할 때마다 평균 5762달러가 의료비용으로 쓰였다.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임상도 VOC에 집중했다. 임상 성패를 가르는 1차 평가지표도 이 VOC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였다. 이 약이 얼마만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장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지를 임상 단계에서부터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의약품의 임상에 참여한 겸형 적혈구 환자들은 VOC를 최근 2년간 2회 이상 경험한 중증 VOC 환자들이었으며, 약 90% 환자가 치료 후 VOC를 경험하지 않았다.
ICER는 VOC 외에도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합병증 치료 비용을 예상 약가에 포함시켰다. 가령 뇌졸중 발생시엔 6만 달러 이상이 들었으며, 심장마비는 5만8000달러, 폐고혈압 치료에는 2만 달러 이상이 들었다. 급성 흉부 증후군(ACS) 발생 시에도 2만8000달러의 의료비용이 발생했다. ICER는 또 여기에 치료 후 환자들이 얻게 되는 삶의 질 개선과 수명 연장 등을 금액으로 환산해 약가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추산된 약가에 유전자치료제를 생산하고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골수채취 비용 및 유전자 편집/도입 비용, 입원 비용 등)이 녹아들게 된다.
ICER는 임상에서 보인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를 근거로 리프제니아에 ‘B+’, 카스게비에 ‘C++’ 등급을 부여했다. 기존의 표준치료법과 비교해 리프제니아는 개선되거나 더 낫고(Incremental or Better), 카스게비는 비교할만하거나 더 낫다(Comparable or better)고 평가했다. 이어 리프제니아에 비교했을 때 카스게비는 부족하다(Insufficient)고 평가했다. 크리스퍼 유전자편집을 적용한 첫 치료제인 만큼, 원하지 않은 곳의 DNA를 편집하는 ‘오프타깃’ 등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리프제니아를 출시한 블루버드바이오 관계자는 “VOC가 발생할 때마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간병인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삶과 직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기회, 삶의 질 등을 반영해 비용을 책정했다”고 했다.
ICER는 연간 신약으로 치료받는 미국내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 수가 400명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연간 비용은 7770만 달러를 넘지 않으며, 표준치료에 드는 비용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ICER가 발표한 데이터 등을 근거로 업계는 미국 보험 메디케어가 카스게비를 보장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90만 달러가 더 비싼 리프제니아도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17시3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두 약 모두 아프리카 혈통 흑인에서 주로 발병하는 희소 유전병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지만 개인이 부담하기엔 두 약 모두 너무 비싸다. 유전자치료제라는 약에는 왜 항상 이런 고가의 가격표가 붙는지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귀병 치료제가 비싼 이유
먼저 플라스틱 장난감을 예로 들어보자. 플라스틱 모형 사출을 위해선 금형이 필요하고, 금형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선 충분한 양이 팔려야 한다. 만약 금형비용을 뽑기 어려울 만큼 인기나 수요가 적다면, 안 만들면 된다.하지만 희귀병 환자를 위한 의약품 개발에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희귀·희소병 시장은 당초 수요가 적은 시장이다. 가령 국내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수는 150명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가격 책정으론 이 같은 환자들을 위한 약 개발이 불가능하다. 약 개발에는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희귀병 치료제의 약가는 비용 효용성 및 비용 경제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책정된다(대부분의 약이 그렇지만 희귀병 치료제 약가 책정에서 더 도드라진다). 단순히 제조비용 등 원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신약이 기존의 치료 대비 사회적인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된다.
카스게비 및 리프제니아의 치료비용이 공개되기 앞서 의약품의 약가를 감시하는 민간 기관은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지난 7월 두 의약품의 예상 약가를 산출해 발표했다. ICER가 발표하는 약가는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미국 공공보험인 메디케어가 약가협상을 하는 등에 주요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당시 ICER는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약가가 135만~205만 달러 사이라면 비용 효율성 기준점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우리 돈으로 하면 최대 약 27억원으로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ICER는 이를 합리적인 비용이라 평가했다.
기존 치료를 받는 데도 큰 돈이 든다
ICER는 먼저 미국 정부가 미국내 겸형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인용했다. 메디케어가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29억8000만 달러였으며 이중 57%는 입원환자에서 발생했다. 38%는 외래 환자였다.ICER는 이중 혈관폐색(VOC)이 발생시키는 의료비 부담에 집중했다. 잦은 VOC 발생은 이 병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초승달처럼 길쭉한 낫 모양(겸형)의 적혈구가 많을수록 서로 더 잘 엉켜 혈관을 막는 혈관 폐색을 일으킨다.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할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도 발생한다.
그만큼 VOC는 입원환자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에 따르면 중증 빈혈증 환자들은 1년에 평균 4번의 VOC가 발생했으며, 발생할 때마다 평균 5762달러가 의료비용으로 쓰였다.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임상도 VOC에 집중했다. 임상 성패를 가르는 1차 평가지표도 이 VOC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였다. 이 약이 얼마만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장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지를 임상 단계에서부터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의약품의 임상에 참여한 겸형 적혈구 환자들은 VOC를 최근 2년간 2회 이상 경험한 중증 VOC 환자들이었으며, 약 90% 환자가 치료 후 VOC를 경험하지 않았다.
ICER는 VOC 외에도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합병증 치료 비용을 예상 약가에 포함시켰다. 가령 뇌졸중 발생시엔 6만 달러 이상이 들었으며, 심장마비는 5만8000달러, 폐고혈압 치료에는 2만 달러 이상이 들었다. 급성 흉부 증후군(ACS) 발생 시에도 2만8000달러의 의료비용이 발생했다. ICER는 또 여기에 치료 후 환자들이 얻게 되는 삶의 질 개선과 수명 연장 등을 금액으로 환산해 약가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추산된 약가에 유전자치료제를 생산하고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골수채취 비용 및 유전자 편집/도입 비용, 입원 비용 등)이 녹아들게 된다.
왜 카스게비보다 리프제니아가 더 비싼가
ICER가 제시한 약가는 두 약 모두 135만~205만 달러로 동일했다. 그런데 제조사가 발표한 실제 약가는 리프제니아가 카스제비 대비 90만 달러 더 비싸다. 제약사가 약가를 책정하는 공식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으나, 업계에서는 ICER가 카스게비 대비 리프제니아를 더 우수한 약물로 평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ICER는 임상에서 보인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를 근거로 리프제니아에 ‘B+’, 카스게비에 ‘C++’ 등급을 부여했다. 기존의 표준치료법과 비교해 리프제니아는 개선되거나 더 낫고(Incremental or Better), 카스게비는 비교할만하거나 더 낫다(Comparable or better)고 평가했다. 이어 리프제니아에 비교했을 때 카스게비는 부족하다(Insufficient)고 평가했다. 크리스퍼 유전자편집을 적용한 첫 치료제인 만큼, 원하지 않은 곳의 DNA를 편집하는 ‘오프타깃’ 등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리프제니아를 출시한 블루버드바이오 관계자는 “VOC가 발생할 때마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간병인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삶과 직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기회, 삶의 질 등을 반영해 비용을 책정했다”고 했다.
ICER는 연간 신약으로 치료받는 미국내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 수가 400명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연간 비용은 7770만 달러를 넘지 않으며, 표준치료에 드는 비용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ICER가 발표한 데이터 등을 근거로 업계는 미국 보험 메디케어가 카스게비를 보장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90만 달러가 더 비싼 리프제니아도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17시3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