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서울 목동 중진공 사무실에서 중소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서울 목동 중진공 사무실에서 중소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혁신하고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제도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도 전환해야 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7일 서울 목동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그동안 광주 하남산업단지, 대구 성서산업단지 등 제조 현장을 주로 찾아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대기업이 일류 제품을 수출하려면 결국 중소기업의 부품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 이사장은 특히 중진공의 부채비율(2022년 기준 475.3%)이 높다고 지적하는 정부나 국회의 시각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부채비율이 대략 1000% 정도인 시중은행에 비해 훨씬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중진공을 바라보는 잣대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편”이라며 “부실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허용된 채권 발행 한도 이내에서 더 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진공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구체적인 신규 지원 방안도 이날 처음 공개했다. 내년부터 시행할 1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네트워크론’이 대표적이다. 이를 원하는 중소기업은 발주서 금액 80% 이내(최대 15억원)를 정책자금 기준 금리로 6개월간 빌릴 수 있다. 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제품을 납품한 뒤에야 발주사로부터 대금을 받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며 “생산자금을 지원해 재료를 사고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보증기금과 협력해 유망한 중소기업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중진공의 정책자금과 기보·우리은행 협약보증을 연계해 중소기업의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다. 두 기관은 13일 이런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 이사장은 “기관마다 지원할 수 있는 한도액이 제한돼 그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결국 어떤 대출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기업이 10억원이 필요하면, 중진공에서 5억원을 융자해 주고 나머지 5억원은 기보 등이 보증을 서서 부담을 공유하는 방식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보와의 협력 아이디어는 2014년 4월부터 2년간 기보에 몸담았던 강 이사장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강 이사장은 당시 바이오 제품 개발에 모든 돈을 쏟아부어 마케팅 비용 등 운영 자금이 부족해진 스타트업이 기보, 중진공, 은행 등의 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대출이 막혔던 사정을 듣고 이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 강 이사장은 “사업이 중단되면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형편을 보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 대출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결국 이 업체가 성공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깔딱고개’만 넘으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 가급적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주요 현안인 일자리 문제도 강 이사장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산업이나 첨단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청년근로자 대상의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산업에 대응한 해외 정보기술(IT) 인력 활용과 외국인 유학생 활용 인력 확보 방안도 마련 중”이라며 “청년창업사관학교 2년 차 과정을 신규 도입해 글로벌 진출 창업가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중기 인력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시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진공은 오는 15일 법무부 교정본부와 업무협약을 맺는다. 중소기업에는 안정적인 인력을 제공하고 모범수에겐 사회 복귀를 위한 적응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강 이사장은 2004년 거창군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구치소를 활용, 지역의 부족한 인력난 해소 방안을 모색하곤 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수형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복귀해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실질적인 근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실무진의 의견을 잘 듣는 소통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어떤 직원이든 공정하게 대하고 줄을 세우는 그런 문화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이사장은 “최근 제조업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10명 미만 소공인들의 경기가 특히 어려운 편”이라며 “앞으로는 더 많은 현장을 방문해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오유림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