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영리활동 해직간부에 수십억 준 전공노...검찰 “수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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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검 원주지청, 이달 초
강원경찰에 “전공노 재수사” 요구
수익사업 벌이고 선거 출마한
해직자에 생계비 수십억 지급
“업무상 배임·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
강원경찰에 “전공노 재수사” 요구
수익사업 벌이고 선거 출마한
해직자에 생계비 수십억 지급
“업무상 배임·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
검찰이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해직 간부들에 수십억원의 생계비를 불법 지급한 혐의와 관련해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에 대한 재수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이 전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이 수사를 종결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재수사를 통해 전공노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특정 정당 우회지원 등 문제점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앞서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는 지난 5월과 7월 전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고소·고발했다. 원공노는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와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전공노에서 탈퇴했다. 이후 과거 지부사무실 서류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해직자 생계비와 관련한 부당 수급 사실을 확인했다.
전공노는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간부 130여명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를 걷어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생계비를 지급해왔다.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활동했던 A씨는 2004년 총파업 때 해직된 후 2021년 퇴임 전까지 17년간 지부장 등 노조 해직 간부로 활동했다.
그런데 A씨는 2015년 설립된 원주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2021년까지 6년여간 감사로 재직했다. 해당 영농법인은 블루베리와 유사한 아로니아라는 과일을 재배해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판매한다.
원공노는 해당 기간 A씨가 최대 4억원에 달하는 생계비를 전공노로부터 수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수익사업을 하거나, 생업에 종사(취업 등)하는 자’에 대한 해직자 생계비 지급을 제한하는 전공노 규약(희생자 구제 규정 및 규칙) 위반이라는 게 원공노 설명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원주시지부 해직 간부였던 B씨 역시 2012년부터 한 사단법인 이사로 재직하면서 생계비를 동시에 수령했다. 원공노는 지금까지 전공노가 두 사람에게 지급한 생계비 총액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은 “전공노 전국대의원대회 회계감사 결과 보고서에 이 같은 희생자 복무관리에 대한 지적사항이 이미 수차례 언급됐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전호일 위원장은 규악 위반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A씨는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지방선거에 원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전공노 희생자 구제 규정은 원래 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 기간에는 무급휴직 처리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전공노는 2018년 지방선거 직전인 3월 20일 규정을 개정해 ‘단, 민주노총 및 조합의 방침에 의한 자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즉 민주노총과 전공노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활동 중 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원공노는 A씨가 두 차례 선거에 출마하는 동안 받은 생계비를 1억5000만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2012·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다른 6명을 포함한 전공노 해직자 7명이 정치활동 기간 중 수령한 생계비는 최소 1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원공노 주장이다.
노동계에서는 전공노가 선거 출마자들에 생계비를 지원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자금법 31조는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법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공노는 “경찰은 민노총 핵심간부인 전 위원장에 대해 피의자 소환조사조차 단 한번도 하지 않은 '봐주기 부실수사'를 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2007년부터 지급된 전공노 해직자 생계비 관련 규정 제정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노조간부”라며 “생계비 지급의 불법성을 확인했다면 즉각 조합원에 사실을 알리고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철저히 은폐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 위원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내리면서 해직자 생계비 불법 지급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은 원공노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서도 내년 3월경 심의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성호 국장은 “민노총·전공노의 위법 행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경찰은 거대기득권노조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국세청은 전공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해직자 551명에 생계비 를 지급하면서 탈루한 소득세액이 66억여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생계비를 지급하면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전공노의 규약을 불법으로 판단, 철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호일 위원장을 7월 말 입건하기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경찰이 전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이 수사를 종결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재수사를 통해 전공노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특정 정당 우회지원 등 문제점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수익사업하고 선거 출마해도 생계비 지급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은 이달 초 강원경찰청에 전호일 위원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강원경찰청은 즉시 재수사에 착수했다.앞서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는 지난 5월과 7월 전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고소·고발했다. 원공노는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와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전공노에서 탈퇴했다. 이후 과거 지부사무실 서류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해직자 생계비와 관련한 부당 수급 사실을 확인했다.
전공노는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간부 130여명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를 걷어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생계비를 지급해왔다.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활동했던 A씨는 2004년 총파업 때 해직된 후 2021년 퇴임 전까지 17년간 지부장 등 노조 해직 간부로 활동했다.
그런데 A씨는 2015년 설립된 원주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2021년까지 6년여간 감사로 재직했다. 해당 영농법인은 블루베리와 유사한 아로니아라는 과일을 재배해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판매한다.
원공노는 해당 기간 A씨가 최대 4억원에 달하는 생계비를 전공노로부터 수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수익사업을 하거나, 생업에 종사(취업 등)하는 자’에 대한 해직자 생계비 지급을 제한하는 전공노 규약(희생자 구제 규정 및 규칙) 위반이라는 게 원공노 설명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원주시지부 해직 간부였던 B씨 역시 2012년부터 한 사단법인 이사로 재직하면서 생계비를 동시에 수령했다. 원공노는 지금까지 전공노가 두 사람에게 지급한 생계비 총액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은 “전공노 전국대의원대회 회계감사 결과 보고서에 이 같은 희생자 복무관리에 대한 지적사항이 이미 수차례 언급됐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전호일 위원장은 규악 위반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A씨는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지방선거에 원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전공노 희생자 구제 규정은 원래 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 기간에는 무급휴직 처리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전공노는 2018년 지방선거 직전인 3월 20일 규정을 개정해 ‘단, 민주노총 및 조합의 방침에 의한 자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즉 민주노총과 전공노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활동 중 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원공노는 A씨가 두 차례 선거에 출마하는 동안 받은 생계비를 1억5000만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2012·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다른 6명을 포함한 전공노 해직자 7명이 정치활동 기간 중 수령한 생계비는 최소 1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원공노 주장이다.
노동계에서는 전공노가 선거 출마자들에 생계비를 지원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자금법 31조는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법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환 없이 '봐주기 수사'...눈치보지 말라"
하지만 강원경찰청은 8월 전 위원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 위원장의 임기가 2020년 3월부터 시작됐다는 점, 해직자 생계비 지급 및 중단 결정은 위원장이 아닌 전국대의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점 등을 불송치 이유로 꼽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생계비를 지급받은 사람이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비가 정치자금이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이에 대해 원공노는 “경찰은 민노총 핵심간부인 전 위원장에 대해 피의자 소환조사조차 단 한번도 하지 않은 '봐주기 부실수사'를 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2007년부터 지급된 전공노 해직자 생계비 관련 규정 제정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노조간부”라며 “생계비 지급의 불법성을 확인했다면 즉각 조합원에 사실을 알리고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철저히 은폐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 위원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내리면서 해직자 생계비 불법 지급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은 원공노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서도 내년 3월경 심의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성호 국장은 “민노총·전공노의 위법 행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경찰은 거대기득권노조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국세청은 전공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해직자 551명에 생계비 를 지급하면서 탈루한 소득세액이 66억여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생계비를 지급하면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전공노의 규약을 불법으로 판단, 철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호일 위원장을 7월 말 입건하기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