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반도체 외교 '훈풍'…韓소부장 기업 주가 뛰었다
반도체 전후공정과 관련된 소재·장비·공정업체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재고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 와중 내년엔 업황이 나아질 수 있는 모멘텀이 여럿 겹친 영향이다.

12일 장중 로체시스템즈는 11.69% 상승한 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기업은 반도체 웨이퍼 이송장비와 컷팅 장비 등을 만든다. 다른 웨이퍼 이송장비 제조사인 3S는 이날 9.31% 올랐다.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SFA반도체는 25.71% 뛰어 6610원에 거래됐다. 반도체 생산 검사장비 업체 고영은 주가가 16%, 후공정기업 네패스는 8.11% 뛰었다.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국 중 하나로 꼽히는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을 시사한 게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현지 암스테르담에서 동포 만찬 간담회를 열고 "네덜란드는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핵심기술 선도국"이라며 "네덜란드와 협력하면 경제 안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기업 ASML의 본사도 방문할 예정이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신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방산업 격인 인공지능(AI)이 각 분야로 확산하면서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전날 미국 증시에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40% 올라 3,902.39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7일엔 미국 AMD가 데이터센터용 가속처리장치 MI300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MI300은 하나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8개를 탑재한다. 적용한 패키징 기술도 독특하다. 패키징 부품의 일종인 인터포저 위에 3D 패키징된 칩과 HBM을 수평으로 배치한 2.5D패키징도 특징이다. 3D패키징과 2.5D 패키징 기술을 혼합해 쓴다는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에 대한 빅테크들의 경쟁은 점점 가열될 전망"이라며 "AMD의 MI300 우월한 성능 이면엔 메모리가 있는 만큼 향후 메모리에 대한 기대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간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 발목을 잡았던 재고 상황은 점차 나아지는 분위기다. 재고는 지난 상반기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반도체 재고는 전월대비 9.6% 줄었다.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 출하가 확 줄어든 영향이다. 연말 PC와 스마트폰 신모델에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도 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확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종 수요자인 완성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부터 메모리 산업 가동률이 회복 방향성을 보일 전망이지만 전체적인 장비 설비투자(CAPEX)가 확 오르기엔 여전히 수요 불확실성이 크다"며 "각 분야 종목이 선별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