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이후 최대 위기"…하마스 직격탄 맞은 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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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하버드·MIT·UPEN 총장,
반(反 )유대주의에 대한 답변 피한 뒤 사퇴 압박
펜실베니아대 총장 그만두자 하버드 MIT 총장도 사임 위기
학문적 자유 지지하며 반발 움직임도 확산
반 유대주의 논쟁, 대선까지 이어지나
반(反 )유대주의에 대한 답변 피한 뒤 사퇴 압박
펜실베니아대 총장 그만두자 하버드 MIT 총장도 사임 위기
학문적 자유 지지하며 반발 움직임도 확산
반 유대주의 논쟁, 대선까지 이어지나
"한 명은 갔고 두 명 남았다"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주)은 지난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사임한 직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썼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의 힘으로 유펜 수장에 이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까지 날려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기여입학제나 소수 인종 차별 같은 입시 논란 때문이 아니다. 아이비리그 총장들이 청문회장에 불려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아이비리그 구성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불똥이 상아탑으로 튀어 수장들의 거취까지 뒤흔드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영싸움과도 뒤섞이며 해당 대학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 고등 엘리트 교육이 베트남전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학칙을 위반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세 명의 총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반 유대주의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유대인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대학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경제계와 금융계에 몰려 있는 유대인들은 해당 학교의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미 하원은 이들 대학에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매길 유펜 총장이 먼저 지난 9일 백기를 들고 사임을 발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여성 출신 총장인 클로딘 게이 교수가 다음 표적이 됐다.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직후 하버드대가 하마스나 테러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주요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친(親)팔레스타인 성명 발표나 시위가 이어지던 때였다.
게이 총장은 청문회장에서도 코너에 몰렸다. 당시 버지니아 폭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내가 말하는 것은 인종에 기반한 급진좌파 이념에 찬성하는 데 내재한 중대한 위험"이라며 "제도적인 반유대주의와 혐오는 당신 기관의 문화가 가져온 독"이라고 쏴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 의원 70명 이상이 이들 세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여기에 유대인을 중심으로 한 하버드대 일부 동문들까지 가세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빌 애크먼은 하버드대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게이 총장이 짧은 임기 동안 500년 역사상 그 누구보다 하버드대의 명성에 더 많은 손상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이 총장을 비롯해 3명의 총장은 청문회에서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 증인처럼 행동했다"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의회에 대한 깊은 경멸을 드러내고 기본적인 답변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그들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자유로운 탐구 문화를 수호하는 중요한 작업은 외부 세력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더 많은 교수들이 서명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탄원서를 공동 작성한 앨리슨 프랭크 존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우리는 정치적 이유로 게이 총장을 잃고 싶지 않다"며 "게이 총장이 학자이자 동료, 행정가로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유대인 동문 연합도 "게이 총장의 사임 요구를 이해하지만 새 총장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 하버드대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전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이미 여러 대학이 '자유로운 발언 보장'과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학생·교직원 보호'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총장 출신인 서머스 교수는 "지금이 베트남 전쟁 이후 엘리트 고등교육의 최대 위기"라며 "아마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유대주의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반 유대주의가 낙태권, 총기 규제 등과 더불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주)은 지난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사임한 직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썼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의 힘으로 유펜 수장에 이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까지 날려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기여입학제나 소수 인종 차별 같은 입시 논란 때문이 아니다. 아이비리그 총장들이 청문회장에 불려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아이비리그 구성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불똥이 상아탑으로 튀어 수장들의 거취까지 뒤흔드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영싸움과도 뒤섞이며 해당 대학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 고등 엘리트 교육이 베트남전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비리그 총장들, 연쇄 사퇴 기로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미국 하원 교육위 청문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청문회엔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과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샐리 콘블로스 MIT 총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학칙을 위반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세 명의 총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반 유대주의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유대인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대학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경제계와 금융계에 몰려 있는 유대인들은 해당 학교의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미 하원은 이들 대학에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매길 유펜 총장이 먼저 지난 9일 백기를 들고 사임을 발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여성 출신 총장인 클로딘 게이 교수가 다음 표적이 됐다.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직후 하버드대가 하마스나 테러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주요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친(親)팔레스타인 성명 발표나 시위가 이어지던 때였다.
게이 총장은 청문회장에서도 코너에 몰렸다. 당시 버지니아 폭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내가 말하는 것은 인종에 기반한 급진좌파 이념에 찬성하는 데 내재한 중대한 위험"이라며 "제도적인 반유대주의와 혐오는 당신 기관의 문화가 가져온 독"이라고 쏴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 의원 70명 이상이 이들 세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여기에 유대인을 중심으로 한 하버드대 일부 동문들까지 가세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빌 애크먼은 하버드대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게이 총장이 짧은 임기 동안 500년 역사상 그 누구보다 하버드대의 명성에 더 많은 손상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이 총장을 비롯해 3명의 총장은 청문회에서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 증인처럼 행동했다"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의회에 대한 깊은 경멸을 드러내고 기본적인 답변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반 유대주의 논쟁, 대선까지 이어지나
대학 총장이 사퇴 압박을 받자 교수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버드대 교수 600여명은 대학 측에 "학문적 자유에 어긋나는 정치적 압박에 저항하라"며 게이 총장 지지 서명을 냈다.그들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자유로운 탐구 문화를 수호하는 중요한 작업은 외부 세력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더 많은 교수들이 서명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탄원서를 공동 작성한 앨리슨 프랭크 존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우리는 정치적 이유로 게이 총장을 잃고 싶지 않다"며 "게이 총장이 학자이자 동료, 행정가로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유대인 동문 연합도 "게이 총장의 사임 요구를 이해하지만 새 총장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 하버드대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전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이미 여러 대학이 '자유로운 발언 보장'과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학생·교직원 보호'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총장 출신인 서머스 교수는 "지금이 베트남 전쟁 이후 엘리트 고등교육의 최대 위기"라며 "아마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유대주의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반 유대주의가 낙태권, 총기 규제 등과 더불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