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이순신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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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20일 개봉
'명량' '한산' 이은 '이순신 3부작'
이순신 최후 연기한 김윤석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표현"
100분 넘는 해상 전투신 압권
장군의 의지를 '반복되는 북소리'로 표현
'명량' '한산' 이은 '이순신 3부작'
이순신 최후 연기한 김윤석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표현"
100분 넘는 해상 전투신 압권
장군의 의지를 '반복되는 북소리'로 표현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몸 죽는다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눈빛에서 최후를 앞둔 결연한 의지가 번뜩인다. 왜군의 칼끝에 죽임을 당한 병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외우고는 이내 전사자 명부를 불태운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기억할 사람도 없다는 의미일까.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끝을 알린 전투이자, 동시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으로 기록된 '노량해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다. 한민족의 성웅. 세계 해전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공을 올린 명장.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마지막 고뇌를 밀도 높게 묘사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관객 1761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그 뒤를 이은 '한산: 용의 출현'의 속편으로, 순제작비 286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이 국난을 극복한 영웅의 면모를 강조했다면, 김윤석은 지난했던 전쟁의 끝을 마주한 이순신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했다. 김윤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속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신념에 찬 단호함, 부하들이 믿고 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장을 잃은 왜군은 퇴각하기 바쁘다. 바닷길은 이순신에 의해 막힌 지 오래. 순천 앞바다에는 250척에 달하는 조명연합함대가 일본군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다. 벌써 전쟁의 승리를 점친 주변 장수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이순신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다.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순신이 내다본 것처럼, 세 나라의 치열한 수 싸움은 이제 막 시작할 참이었다. 왜군 장수 고니시(이무생 분)는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에 뇌물을 바치며 퇴로를 열어줄 것을 호소한다. 하루빨리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진린은 이를 받아들인다. 조선 왕실에서도 막대한 공을 세운 이순신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이후 전세는 단번에 역전된다. 사천에 주둔하던 시마쓰(백윤식)의 살마군이 고니시를 돕기 위해 출병한 것. 조명연합군은 500척에 달하는 적선을 앞뒤로 맞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순신은 결전지로 노량을 고른다.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반드시 열도 끝까지 쫓아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
100분이 넘는 해상 전투 장면이 이때부터 펼쳐진다. 이순신 함대의 원거리 포격과 거북선을 활용한 물리적 타격, 학익진으로 펼쳐진 판옥선의 화공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왜군도 2교대 체제의 조총부대를 앞세우며 전투는 난전으로 거듭난다. 이 모든 장면은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 아이스링크에 재현한 선박 세트에서 촬영한 다음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혔다. 롱테이크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처음에 명나라 병사를 비추다 조선 수병과 왜병, 이순신 장군까지 한 호흡에 담아냈다. '죽음의 바다'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치열했던 전투의 한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시선을 상상한 연출이다. '한산'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어영담, 전라우수사 이억기 등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환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영화 내내 '끝'이라는 단어가 되풀이된다. 작품 속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군을 알리는 북을 치다가 적의 유탄을 맞고 숨을 거둔다. "전쟁이 급하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는 유언처럼,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모두가 '이미 끝난 전쟁'이라며 전쟁 이후만을 바라볼 때, 이순신 장군이 고독하게 외쳤던 '완전한 항복'에 주목했다"며 "장군이 돌아가시고 전후처리가 애매해지며, 묘하게도 일제강점기라는 역사가 되풀이됐다"고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주제 의식이 반영된 것일까. 영화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이순신의 북소리는 오프닝에 삽입된 북소리와 수미상관을 이룬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눈빛에서 최후를 앞둔 결연한 의지가 번뜩인다. 왜군의 칼끝에 죽임을 당한 병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외우고는 이내 전사자 명부를 불태운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기억할 사람도 없다는 의미일까.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끝을 알린 전투이자, 동시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으로 기록된 '노량해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다. 한민족의 성웅. 세계 해전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공을 올린 명장.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마지막 고뇌를 밀도 높게 묘사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관객 1761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그 뒤를 이은 '한산: 용의 출현'의 속편으로, 순제작비 286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이 국난을 극복한 영웅의 면모를 강조했다면, 김윤석은 지난했던 전쟁의 끝을 마주한 이순신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했다. 김윤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속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신념에 찬 단호함, 부하들이 믿고 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장을 잃은 왜군은 퇴각하기 바쁘다. 바닷길은 이순신에 의해 막힌 지 오래. 순천 앞바다에는 250척에 달하는 조명연합함대가 일본군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다. 벌써 전쟁의 승리를 점친 주변 장수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이순신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다.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순신이 내다본 것처럼, 세 나라의 치열한 수 싸움은 이제 막 시작할 참이었다. 왜군 장수 고니시(이무생 분)는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에 뇌물을 바치며 퇴로를 열어줄 것을 호소한다. 하루빨리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진린은 이를 받아들인다. 조선 왕실에서도 막대한 공을 세운 이순신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이후 전세는 단번에 역전된다. 사천에 주둔하던 시마쓰(백윤식)의 살마군이 고니시를 돕기 위해 출병한 것. 조명연합군은 500척에 달하는 적선을 앞뒤로 맞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순신은 결전지로 노량을 고른다.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반드시 열도 끝까지 쫓아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
100분이 넘는 해상 전투 장면이 이때부터 펼쳐진다. 이순신 함대의 원거리 포격과 거북선을 활용한 물리적 타격, 학익진으로 펼쳐진 판옥선의 화공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왜군도 2교대 체제의 조총부대를 앞세우며 전투는 난전으로 거듭난다. 이 모든 장면은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 아이스링크에 재현한 선박 세트에서 촬영한 다음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혔다. 롱테이크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처음에 명나라 병사를 비추다 조선 수병과 왜병, 이순신 장군까지 한 호흡에 담아냈다. '죽음의 바다'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치열했던 전투의 한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시선을 상상한 연출이다. '한산'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어영담, 전라우수사 이억기 등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환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영화 내내 '끝'이라는 단어가 되풀이된다. 작품 속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군을 알리는 북을 치다가 적의 유탄을 맞고 숨을 거둔다. "전쟁이 급하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는 유언처럼,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모두가 '이미 끝난 전쟁'이라며 전쟁 이후만을 바라볼 때, 이순신 장군이 고독하게 외쳤던 '완전한 항복'에 주목했다"며 "장군이 돌아가시고 전후처리가 애매해지며, 묘하게도 일제강점기라는 역사가 되풀이됐다"고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주제 의식이 반영된 것일까. 영화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이순신의 북소리는 오프닝에 삽입된 북소리와 수미상관을 이룬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