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올라온 A씨와 B씨의 대화와 청첩장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당근에 올라온 A씨와 B씨의 대화와 청첩장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밥솥을 중고거래 하다 결혼까지 하게 된 부부의 사연이 화제다.

최근 중고거래 앱 당근의 동네생활 커뮤니티에는 '2년 전 제 밥솥 사간 남자와 결혼하게 됐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결혼을 한 달여 앞둔 글쓴이 A씨는 "지인들도 저희 부부의 첫 만남이 당근 거래였다는 걸 들으면 신기해하고 궁금해하셔서 저희를 만나게 해준 당근에도 소식을 전해본다"며 글을 써 내려갔다.

A씨는 "간혹 서로 첫눈에 반했냐는 분들이 계시는데 당시 코로나로 인해 둘 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며 "저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등산가던 길에 밥솥을 들고 나갔고 신랑 B씨는 현찰을 바로 건네주더니 쿨하게 떠났다"고 말했다.

둘은 대면 거래를 마친 뒤 B씨가 A씨에게 고양이 수제 간식을 나눔해 준다고 해 다시 만났다고 전했다.
당시 판매글에 찍힌 A씨의 고양이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당시 판매글에 찍힌 A씨의 고양이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당시 B씨는 지인이 새로 문을 연 고양이 간식 가게에 들러 축하의 의미로 간식을 구매했는데 밥솥 판매 글에 A씨가 키우던 고양이가 찍혀있는 것을 기억해 내고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A씨는 지인들이 "신랑이 노렸네"라고 했는데 "신랑은 저를 학생쯤으로 생각했었고 본인은 절대 그런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펄쩍 뛰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이후 간식 인증사진 등을 보내며 대화를 이어가다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져 연인이 됐다고 한다.

A씨는 "그렇게 알콩달콩 2년 반의 연애를 하고 부부의 연이 닿았는지 내년 1월 20일에 결혼식을 올린다"며 "거래 상대로 또래 이성이 나올 확률과 그 이성이 내 마음에 들 확률을 생각하면 소중한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들 당근으로 뭘 팔아야겠다고 하시던데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음흉한 목적성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팔거나 싫다는 이성에게 찝쩍대는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오늘부터 당근 한다", "고양이가 맺어준 인연", "될 사람은 물건을 팔아도 된다", "만나야 할 운명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