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슈아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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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이랜드’는 파키스탄 라호르에 사는 한 가족 이야기다. 권위적인 아버지 아래, 두 아들과 그 아내들, 손녀들이 함께 산다. 특이한 것은 둘째 아들인 하이더르(알리 준조)가 집안일을 하고, 그 아내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크)가 미용사로 돈을 번다는 점이다.

그래도 큰 문제 없는 가족이다. 첫째 며느리가 손자가 아닌 손녀만 셋을 낳은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참, 나이 지긋한 아버지가 이웃의 과부와 묘한 애정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조이랜드’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깔깔대는 소리로 시작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며 아슬아슬하게 나아간다.

강인하고 듬직한 형과 달리, 하이더르는 유약하다. 마음이 약해 염소 도축도 아내 뭄타즈에게 미룬다. ‘남자 구실 못한다’는 소리가 지긋지긋하던 그는 바깥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바로 트랜스젠더 여성 가수인 비바(알리나 칸)의 백댄서. 낯뜨거운 춤으로 집안 망신시키는 것은 둘째 치고, 하이더르는 강한 카리스마의 비바에게 푹 빠져버린다.
출처 = (주)슈아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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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극장 환경, 라이벌 배우의 방해를 극복하며, 두 사람은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어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이랜드’는 기쁨을 찾아가는 하이더르의 여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독 사임 사디크는 신나는 음악극이나 코미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쉽게 행복해지지 않는다.

하이더르가 맡았던 집안일은 뭄타즈가 맡게 된다. 미용사 일을 억지로 그만두고 아들까지 임신하자, 가족들은 그녀를 집안의 보물처럼 떠받는다. 뭄타즈의 쓴 웃음과 불안을 영화는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비바와 뭄타즈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이더르 또한,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가려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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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라는 낯선 배경, 트랜스젠더와 성인 공연 같은 자극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조이랜드’는 ‘오버’하지 않는다.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소수자에 대한 연민으로 일관하지도 않는다. 모범적인 가부장인 아버지는 치명적인 실수로 체면을 구기며, 트랜스젠더인 비바는 돈과 공연을 위해 고고한 원칙 따위 버린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핍진성은 두드러진다.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고 먹먹하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지만, 관객으로서 만족스럽냐 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갈 곳 잃은 욕망의 끝을 다소 뻔하게 묘사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즉, 대중 영화의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주기엔 부족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책임’을 일갈하는 후반의 폭발적 대사들은 설득력 있지만, 섬세하게 지켜온 감정선을 흩뜨리는 것 같아 아쉽다. 다소 직접적인 대사들은 자칫 메시지를 얄팍하게 만들 수 있다.

어쨌든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사임 사디크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완전히 허구적이지만 감성적인 이 자전적 이야기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결코 남자답지 않은 젊은이로서 나 자신의 자리를 조사하는 계기였다”며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그저 조국에 보내는 가슴 아픈 러브레터”라고 썼다.

그는 파키스탄 라호르대학에서 공부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으로 건너가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그가 연출한 단편 ‘달링’은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된 최초의 파키스탄 영화였고, 직접 각본을 쓴 장편 데뷔작 ‘조이랜드’는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조이랜드’는 타인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숨겨본 적 있다면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는 금기시될만한 성적 묘사들도 놓치지 않는다. 자국 감독의 수상 소식을 반겼던 파키스탄은, 정작 지난달 개봉을 앞두고 상영을 금지했다.
출처 = (주)슈아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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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