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PC·스마트폰·TV 판매량이 올해보다 3~7%가량 불어날 전망이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세트(완제품) 시장이 서서히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부품회사 실적도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PC·스마트폰·TV '트리플 반등' 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9900만 대로 올해보다 2.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와 IDC도 내년 출하량 증가율을 각각 5%, 3.5%로 전망했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3년(10억4900만 대) 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11억60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올 들어 물가·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구매 심리가 움츠러든 결과다. 애플 중국 공장이 지난해 말 코로나19 여파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아이폰14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도 겹쳤다.

하지만 내년에는 인공지능(AI) 연산 처리 기술인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판매량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17일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신제품 갤럭시S24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PC 시장 전망도 밝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내년 PC 출하량은 2억6730만 대로 올해에 비해 7.0%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4.9%)와 IDC(3.7%), 트렌드포스(3.2%)도 내년 출하량 증가율을 3.2~4.9%로 내다봤다. 카날리스는 올해 PC 출하량이 작년보다 12.4%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AI 기능을 강화한 PC가 쏟아지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됐다.

TV 시장도 반등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TV 시장 출하량은 2억942만 대로 올해보다 2.9%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고급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량은 내년 650만 대로 올해보다 16.1% 늘어날 전망이다.

PC·스마트폰·TV 등에 들어가는 패널과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 실적도 반등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집계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조원대 적자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세트 시장이 줄줄이 회복하면서 내년 실적 전망은 밝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9472억원, 1조1310억원으로 42.5%, 31.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LG디스플레이도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TV·스마트폰 출하량이 늘면서 패널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내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5.4% 늘어난 1228억달러(약 160조원)로 추산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