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최상목 부총리, 투사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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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절대권력 시대에
경제부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정책의 독자성·자율성은 한계
정치와 이익집단에 맞서
투사가 되겠다는 각오 없다면
그저 그런 관료로 남게 될 것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경제부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정책의 독자성·자율성은 한계
정치와 이익집단에 맞서
투사가 되겠다는 각오 없다면
그저 그런 관료로 남게 될 것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정통 엘리트 관료.’
매우 식상하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수식하는 표현 중 이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법대 출신이지만 나라를 경영하는 큰 행정가가 되겠다며 재경직 행정고시를 본 그는 기획재정부 시절, 동기(29회) 중 가장 잘나가는 선두 주자였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까지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다음 자리로 차관-장관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들 했다. 하필이면 박근혜 정부 후반기 참모를 맡았다는 이유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주위에선 다들 “실력은 1등인데, 관운이 지지리도 없다”는 품평이 돌았다. 그는 팔자가 기구했던지 필리핀으로 유배 아닌 유배 생활까지 했다. 그가 야인으로 지낼 때 사석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행정부는 죽은 지 오래다. 과거엔 국회와 청와대 힘이 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행정 권력이 유지되는 선에서 정책이 합리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에서 정답과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는 그저 만들어 제출할 뿐이다.”
입법 절대권력을 비판하면서 한 얘기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다. “장관들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자율성이란 게 없으니 누가 장관 하려 하겠냐.” 공직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말투로 들렸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와 인연이 닿아 경제수석을 거쳐 부총리까지 맡게 됐다. 스스로 말했듯 자율성 없는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제부총리는 경제팀 수장으로 과거엔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지금은 일개 장관과 다를 바 없다. 부총리 주재 회의체가 여럿 있지만, 모여서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 입법부 권력이 막강해진 박근혜 정부 이후 거쳐간 7명의 경제부총리 중 존재감이 있었던 사람이 누가 있었나. 정치인으로 정권 핵심 역할을 한 최경환 전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양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경기 흐름을 바꿔놓은 게 그나마 존재감을 발휘한 사례다. 이 역시 다수 여당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 후보자가 돋보이는 정책 감각을 가졌다고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라고 해서 입법부를 돌파할 뾰족한 수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를 잘 아는 선배 관료들도 그의 정책 디테일과 빠른 판단, 실행력을 높이 사지만 여의도 정치에 맞서, 때로는 이익집단의 저항을 뚫고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고 부총리란 게 괜히 있는 자리는 아니다. 실질 권한은 없지만, 하기에 따라 존재감에선 확연히 차이가 난다. 때마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막론하고 재정당국을 상대로 온갖 포퓰리즘 요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낼 것이다. 그가 맞닥뜨리게 될 첫 번째 시험대다. 부총리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개혁을 강조했지만 이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혀 한발짝도 진척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총리도 정권의 구성원인지라 대통령실과 여당의 코드에 맞추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긴 하지만, 정책적 판단보다 정무적 감각을 중시하는 순간 정책은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다행히 최 후보자는 원칙주의자에 가깝다. 정무적 감각이 부족해 윤 대통령에게 혼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한다. 그게 오히려 최 후보자의 강점일 수 있다.
그가 입법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 지지를 얻는 것이다. 정무적 판단은 최소화하고, 원칙을 설파하는 논리력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부총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언론도 그의 편을 들 것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 제아무리 막강 입법 권력이라도 폭주를 멈추게 하기 어렵지만 제어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부총리의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시장경제 수호자가 돼야 하는 것도 그의 책무다.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가격 등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행태는 바로잡고 되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정치와 이익집단에 맞서 투사가 되겠다는 각오 없이 적당히 비위를 맞추겠다는 자세라면 최 후보자는 그저 그런 부총리로 남게 될 것이다.
매우 식상하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수식하는 표현 중 이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법대 출신이지만 나라를 경영하는 큰 행정가가 되겠다며 재경직 행정고시를 본 그는 기획재정부 시절, 동기(29회) 중 가장 잘나가는 선두 주자였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까지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다음 자리로 차관-장관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들 했다. 하필이면 박근혜 정부 후반기 참모를 맡았다는 이유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주위에선 다들 “실력은 1등인데, 관운이 지지리도 없다”는 품평이 돌았다. 그는 팔자가 기구했던지 필리핀으로 유배 아닌 유배 생활까지 했다. 그가 야인으로 지낼 때 사석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행정부는 죽은 지 오래다. 과거엔 국회와 청와대 힘이 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행정 권력이 유지되는 선에서 정책이 합리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에서 정답과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는 그저 만들어 제출할 뿐이다.”
입법 절대권력을 비판하면서 한 얘기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다. “장관들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자율성이란 게 없으니 누가 장관 하려 하겠냐.” 공직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말투로 들렸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와 인연이 닿아 경제수석을 거쳐 부총리까지 맡게 됐다. 스스로 말했듯 자율성 없는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제부총리는 경제팀 수장으로 과거엔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지금은 일개 장관과 다를 바 없다. 부총리 주재 회의체가 여럿 있지만, 모여서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 입법부 권력이 막강해진 박근혜 정부 이후 거쳐간 7명의 경제부총리 중 존재감이 있었던 사람이 누가 있었나. 정치인으로 정권 핵심 역할을 한 최경환 전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양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경기 흐름을 바꿔놓은 게 그나마 존재감을 발휘한 사례다. 이 역시 다수 여당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 후보자가 돋보이는 정책 감각을 가졌다고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라고 해서 입법부를 돌파할 뾰족한 수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를 잘 아는 선배 관료들도 그의 정책 디테일과 빠른 판단, 실행력을 높이 사지만 여의도 정치에 맞서, 때로는 이익집단의 저항을 뚫고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고 부총리란 게 괜히 있는 자리는 아니다. 실질 권한은 없지만, 하기에 따라 존재감에선 확연히 차이가 난다. 때마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막론하고 재정당국을 상대로 온갖 포퓰리즘 요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낼 것이다. 그가 맞닥뜨리게 될 첫 번째 시험대다. 부총리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개혁을 강조했지만 이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혀 한발짝도 진척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총리도 정권의 구성원인지라 대통령실과 여당의 코드에 맞추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긴 하지만, 정책적 판단보다 정무적 감각을 중시하는 순간 정책은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다행히 최 후보자는 원칙주의자에 가깝다. 정무적 감각이 부족해 윤 대통령에게 혼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한다. 그게 오히려 최 후보자의 강점일 수 있다.
그가 입법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 지지를 얻는 것이다. 정무적 판단은 최소화하고, 원칙을 설파하는 논리력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부총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언론도 그의 편을 들 것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 제아무리 막강 입법 권력이라도 폭주를 멈추게 하기 어렵지만 제어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부총리의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시장경제 수호자가 돼야 하는 것도 그의 책무다.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가격 등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행태는 바로잡고 되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정치와 이익집단에 맞서 투사가 되겠다는 각오 없이 적당히 비위를 맞추겠다는 자세라면 최 후보자는 그저 그런 부총리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