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인 근로자, 데려오기만 하면 끝인가
“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현장을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경기 지역의 한 공무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정부가 외국 인력을 들여오는 데만 집중하고 정착을 돕는 교육 인프라 등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현재 2000명인 숙련기능인력을 3만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취약한 지원 인프라 탓에 일선 현장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 정착의 첫걸음인 한국어 교육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숙련기능인력 제도(E-7-4) 비자 발급 요건 중 하나로 원활한 한국어 능력을 정했다.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2단계 이상 이수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수준이 높을수록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어 아우성이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전국에 341곳이 있지만 시설과 예산의 한계로 제대로 된 한국어 수업이 가능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초부터 심화 단계까지 모두 교육하는 기관이 없는 데다 이마저도 봉사 개념으로 근무하는 선생님이 대부분이다. 정부 지원도 한 달에 기관당 1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 교육 기관마저 줄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한 외국인 근로자는 “온라인으로 교육 참여를 신청하는 것도 어렵다”며 “어디서 한국어 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TOPIK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설 학원에 다니기엔 월 50만원 수준의 강의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TOPIK 학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경기 화성에도 단 한 곳이 없다. 경기 수원과 안산에도 한두 곳뿐이다. 한 TOPIK 학원 강사는 “일터에서 배운 구어체와 TOPIK에서 다루는 문어체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한글을 제법 아는 외국인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할 곳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는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꿈의 비자’로 통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F-3(동반) 자격으로 초청할 수 있어 독수공방 서러움을 끝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 숙련기능비자를 원하지만 필수 요건인 한국어를 배울 데가 없는 현실이다. 숙련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