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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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팬데믹 이후 첫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제조업 부진과 예산 위기 등으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다시 쓸 위기에 처한 여파다.

유로존 기술적 경기침체 빠질 듯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지난 1~7일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역성장할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전 조사에서 0% 성장할 것으로 집계됐으나 전망이 악화됐다.

앞서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3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3분기 GDP가 수정되지 않은 채 블룸버그의 4분기 전망치가 실제와 부합한다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

스위스 벤틀레온 은행의 요르그 안젤레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대폭 인상으로 인한 역풍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유로존이 팬데믹 이후 첫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유로존은 지난 1분기 GDP 발표 당시 지난해 4분기와 1분기 GDP가 모두 0.1%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분기 GDP 발표에서 1분기 GDP가 보합(0%)을 기록했다고 수정했다.

독일 경제가 부진한 여파가 크다. 독일 GDP는 4분기 0.2%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0.1% 위축될 것이라는 기존 예측보다 부진이 심화됐다.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독일은 최근 예산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처해 있다. 올해와 내년 예산에 대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예산 집행이 어려워진 데다 내년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기도 어려워졌다.

내년 경기회복 될까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견고할 전망이다.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의 4분기 GDP는 전 분기보다 0.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11일 같은 전망을 내놨다. 원자재 비용이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있고, 서비스업 호조로 4분기 경제 활동이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GDP가 내년 1분기 전 분기보다 0.1% 증가하며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1분기 GDP는 각각 0.2% 증가하고, 독일도 0.1% 증가하며 성장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의 물가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내년 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전월(2.9%)보다 0.5%포인트 급감했다.

다만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CPI 상승률이 2025년 6월까지 2.1%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