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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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족쇄처럼 억눌러온 '상관계수'라는 운용 규제가 사라진다. 그동안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으로 정해 놓았던 상관계수를 두고 운용사들은 "알파를 내기 어려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상관계수 규제가 사라지면 ETF 성과도 일반주식 이상으로 거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액티브 ETF'에 대한 상관계수 요건을 없애는 안이 포함된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지금의 상관계수 요건(0.7)에서 더 내릴 수는 없다"며 "상관계수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관계수 규정 개선은 이런 액티브 ETF 활성화에 주된 걸림돌로 지적됐는데, '완화'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대못을 뽑아내겠다는 얘기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간의 관계를 뜻한다. ETF에선 해당 종목이 기초지수(액티브는 비교지수) 성과를 얼만큼 잘 복제하는가를 나타낸다. 상관계수가 0.9라면 기초지수가 1만큼 오를 때 ETF는 0.9만큼 오른다는 얘기다. 즉 1에 가까울수록 기초지수 추종률이 높은 것이고 1과 멀어질수록 지수에 구애받지 않고 초과수익(또는 손실)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116조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수 추종이 역할인 패시브 ETF와 액티브 ETF에 모두 상관계수 규정을 뒀다. 패시브 ETF는 상관계수가 0.9 이상, 액티브 ETF는 0.7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기준수치 미만으로 3개월간 지속되면 해당 ETF 상품이 상장폐지 조치된다.

문제는 액티브 ETF다. 액티브 ETF는 애초에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을 초과하기 위해 고안된 상품이다. 업계에선 국내 공모펀드 부진의 주된 이유로 저조한 투자 성과가 꼽혔던 만큼 시장에선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액티브 ETF 활성화가 거론돼 왔다. 그런데 상관계수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운용 인력의 재량으로 초과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다. 운용 자율성의 정도가 많아야 30% 정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 사진=한경DB
금융위원회. / 사진=한경DB
미국의 경우 ETF가 반드시 기초지수(비교지수)를 삼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때문에 상관계수 관련 요구사항도 없다. 국내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유지 대목을 없애는 게 이번 개선의 핵심이다.

국내 상장 ETF 총 800여개 중 20% 이상이 액티브 ETF다. 상관계수 요건 제거 땐 운용 자율성이 커지면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를 보다 활발하고 다양하게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2년 국내 상장한 액티브 ETF 중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의 합산 누적 수익률이 해당 기간 주요 벤치마크인 코스피200 지수를 8.6% 웃돌았다. 운용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의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정 개선 이후로는 수익률 폭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개선안에는 펀드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판매보수 체계 개편 로드맵도 포함될 예정이다. 그동안 판매보수는 운용사가 일괄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판매사가 직접 공모펀드 보수를 정하고 소비자들로부터 받도록 개선한다.

이 밖에 개선방안에는 공모펀드를 ETF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상장하는 내용도 담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구현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금융위는 일부 운용사들을 불러모아 '공모펀드에 상장형으로 또 하나의 클래스를 추가하는 방안'과 '공모펀드를 ETF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