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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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위탁생산(CMO)에 이어 위탁개발(CDO)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인도 중국 등 CMO 후발주자들이 뒤를 바짝 따라오면서, 그 앞단의 CDO는 고객 선점을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이 노려볼만한 분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와의 첫 CDO 계약에 이어 올해도 빅파마와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CDO란 위탁생산에 들어가기 앞선 연구개발(R&D) 단계로 세포주나 생산공정, 제형개발 등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빅파마는 자체 CDO 역량이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거나 관련 프로젝트가 몰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파트너사에게 CDO를 맡기기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신규계약 체결 건수는 2021년 87건에서 2022년 101건, 지난 3분기 기준 11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CDO는 CMO 사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지만 CDO-CRO(위탁임상)-CMO로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필두로 인도, 중국 기업들이 CMO 시장에 뛰어들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O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이유다. 올초에는 ‘담당’급이던 CDO 조직을 ‘센터’로 격상시켰고 CDO 수장도 상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우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신의 민호성 전 진스크립트 대표를 다시 그룹 울타리 안으로 들인 것이 그 사례다.

CDO 중에서도 생산공정을 코칭해주는 CDO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 물질 특성을 분석해주거나 제형변경을 위한 CDO는 아직까지는 대형 제약사와 견주기 부족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중소 CDMO 기업 대표는 “삼성처럼 CMO 경험이 많은 기업은 제조 관련 CDO에서 두각을 보이기 마련”이라며 “최근 셀트리온이 정맥주사 제형의 치료제를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사례에서도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이외 분석(A)에 강점을 갖춘 국내 CDAO 프로티움사이언스, CDO로 시작해 CMO로 사업을 확장해나간 바이넥스 등이 국내 CDO 대표주자로 꼽힌다.

다만 세포주를 잘 키우는 것은 자신이 있지만, 해당 세포주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원천기술은 뒤처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삼성이 자체 세포주를 개발하긴 했지만,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5~6개의 세포주 라인업에는 포함돼있지 않아 레퍼런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K-바이오 업력 자체가 20여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기업간 제휴, 협력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SK팜테코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기업 CBM을 아예 인수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유럽 세포주 개발 전문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 CDO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직까지 항체에 국한된다는 것도 한계다. 항체약물접합체(ADC)나 CGT로 CDO 분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내부 연구개발(R&D) 및 인력영입이 필수다. 삼성그룹이 민 부사장을 들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특화된 기술 보유 전략이 필요하다”며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고객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CDO 역량 확보는 필수”라고 전했다. 이어 “바이오 시장이 살아나면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더 활발히 R&D를 이어가 국내 CDO 레퍼런스도 쌓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10시14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