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담은 판타지로 모두를 사로잡은 '기묘한 이야기' [무정한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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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셌던 건 아니다. 몇몇 공신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안됐을 수도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10여년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없었다면. 2013년 공개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블랙 코미디 ‘오렌지 이스 더 블랙’,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가 그런 시리즈물들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 호킨스 마을에 나타난 초자연적인 괴물과 이에 맞서는 아이들을 그려낸 미스터리 호러 공상과학(SF) 드라마다. 호킨스에 있는 국가 비밀 연구기관인 호킨스연구소는 주인공 '일레븐'(엘·밀리 바비 브라운 역)을 포함해 초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곳이다. 그러다 힘이 폭주한 일레븐이 현실 세계의 평행우주인 ‘뒤집힌 세계’로 가는 문을 연 채 연구소를 탈출하고, 그곳에 있던 괴물이 현실로 나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SF도 호러도 보지 않는 많은 이들도 이 시리즈만큼은 ‘최애 드라마’로 꼽는다. 드라마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외계인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 등 당대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주인공인 아이들은 그 속에서 힘을 모아 악과 맞서 싸우고 성장한다. 미국인들에게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시대에 '해리포터' 스타일의 스토리를 담은 셈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산만해지는 용두사미 드라마들과 달리 촘촘한 구성과 전개로 시즌 4가 찬사를 받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 4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TV시리즈로 꼽혔다. 마지막 시즌인 시즌5는 할리우드 노조 파업으로 제작이 지연돼 2025년 공개된다. 기묘한 이야기 속 괴물들의 생김새와 능력은 비현실적이다. 우주괴물처럼 징그럽지만 모든 개체가 신경자극을 공유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다. 물리적 위해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내면을 파고들어 잠식하기도 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괴물은 다양해지고, 시즌 4에서 이들을 부리는 절대악 ‘베크나’가 등장한다. 그러나 베크나의 정체는 놀랄 만큼 현실적이다.
이 드라마에서 괴물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래서 궁금해진다.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자 더퍼 형제들은 자신들의 음울한 고등학교 시절이 베크나를 통해 표출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남들처럼 운동을 하지 않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이었던 그들은 학교 생활을 매우 힘들어했다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끔찍한 기억밖에 없어요. 이 동네는 우울과 불안만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의 불안과 우울을 넘어 냉전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도 같다. 괴물들이 사는 뒤집힌 세상은 햇빛 한 줌 없는 땅이다. 춥고, 방사능을 포함해 정체모를 위험들이 있고, 괴물이 득시글하다. 사람들은 한두 명씩 뒤집힌 세계로 끌려가 사라지고 죽는다. 냉전 중이던 미국과 소련의 시민들이 상대 국가를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도 옛날 반공교육을 받을 때는 북한군 모두를 악마 같은 존재로 배웠으니. 이 드라마의 주축이 아이들이라는 점은 여기서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초현실적인 괴물도, 뒤집힌 세계도 의심하지 않는다. 냉전도 국경도 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상식과 편견에 갇히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믿으면 그만이다. 그런 아이들은 때로 어른들보다도 빠른 판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아이들이어서 답답한 장면은 이 시리즈에서 한 컷도 없다.
그래서 괴물을 이기는 힘의 원천은 우정과 사랑이라는, 다소 뻔한 설정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아이들은 흉측하고 잔인한 괴물에 겁을 먹지만 친구와 가족을 구해야 할 때는 망설이지 않는다. 어른들은 엘에게 초능력을 사용하려면 분노와 슬픔을 느끼라고 가르치지만 연인인 마이크와 친구들은 늘 엘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떠올리는 건 결국 친구들, 연인과 행복했던 추억이다. 아직 시즌 5의 마지막 싸움이 남았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일거라 믿는 이유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 호킨스 마을에 나타난 초자연적인 괴물과 이에 맞서는 아이들을 그려낸 미스터리 호러 공상과학(SF) 드라마다. 호킨스에 있는 국가 비밀 연구기관인 호킨스연구소는 주인공 '일레븐'(엘·밀리 바비 브라운 역)을 포함해 초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곳이다. 그러다 힘이 폭주한 일레븐이 현실 세계의 평행우주인 ‘뒤집힌 세계’로 가는 문을 연 채 연구소를 탈출하고, 그곳에 있던 괴물이 현실로 나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SF도 호러도 보지 않는 많은 이들도 이 시리즈만큼은 ‘최애 드라마’로 꼽는다. 드라마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외계인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 등 당대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주인공인 아이들은 그 속에서 힘을 모아 악과 맞서 싸우고 성장한다. 미국인들에게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시대에 '해리포터' 스타일의 스토리를 담은 셈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산만해지는 용두사미 드라마들과 달리 촘촘한 구성과 전개로 시즌 4가 찬사를 받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 4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TV시리즈로 꼽혔다. 마지막 시즌인 시즌5는 할리우드 노조 파업으로 제작이 지연돼 2025년 공개된다. 기묘한 이야기 속 괴물들의 생김새와 능력은 비현실적이다. 우주괴물처럼 징그럽지만 모든 개체가 신경자극을 공유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다. 물리적 위해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내면을 파고들어 잠식하기도 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괴물은 다양해지고, 시즌 4에서 이들을 부리는 절대악 ‘베크나’가 등장한다. 그러나 베크나의 정체는 놀랄 만큼 현실적이다.
이 드라마에서 괴물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래서 궁금해진다.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자 더퍼 형제들은 자신들의 음울한 고등학교 시절이 베크나를 통해 표출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남들처럼 운동을 하지 않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이었던 그들은 학교 생활을 매우 힘들어했다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끔찍한 기억밖에 없어요. 이 동네는 우울과 불안만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의 불안과 우울을 넘어 냉전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도 같다. 괴물들이 사는 뒤집힌 세상은 햇빛 한 줌 없는 땅이다. 춥고, 방사능을 포함해 정체모를 위험들이 있고, 괴물이 득시글하다. 사람들은 한두 명씩 뒤집힌 세계로 끌려가 사라지고 죽는다. 냉전 중이던 미국과 소련의 시민들이 상대 국가를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도 옛날 반공교육을 받을 때는 북한군 모두를 악마 같은 존재로 배웠으니. 이 드라마의 주축이 아이들이라는 점은 여기서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초현실적인 괴물도, 뒤집힌 세계도 의심하지 않는다. 냉전도 국경도 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상식과 편견에 갇히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믿으면 그만이다. 그런 아이들은 때로 어른들보다도 빠른 판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아이들이어서 답답한 장면은 이 시리즈에서 한 컷도 없다.
그래서 괴물을 이기는 힘의 원천은 우정과 사랑이라는, 다소 뻔한 설정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아이들은 흉측하고 잔인한 괴물에 겁을 먹지만 친구와 가족을 구해야 할 때는 망설이지 않는다. 어른들은 엘에게 초능력을 사용하려면 분노와 슬픔을 느끼라고 가르치지만 연인인 마이크와 친구들은 늘 엘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떠올리는 건 결국 친구들, 연인과 행복했던 추억이다. 아직 시즌 5의 마지막 싸움이 남았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일거라 믿는 이유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