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습한 날씨·씻은 물 그대로 마셔…화장실 부족, 거리엔 배설물
영양실조 통제불가…A형간염만 1천건 등 전염병 최소 37만건
두 달 이상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전염병이 확산하며 주민들 고통이 커지고 있다.

'안 아픈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 보건 당국과 국제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의 춥고 습한 날씨, 난민촌 과밀화, 식량·의약품 부족, 깨끗하지 못한 물 등의 문제가 겹쳐 감염병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은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환자들로 넘쳐나는 탓에 감염병 등 일반 환자들의 치료는 상당히 제한된 상태다.

중증 환자들도 다행히 수술을 받더라도 이후 관리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을 겪고 있다.

가자의 보건 체계 붕괴로 정확한 숫자를 추산하긴 어렵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전 이후 감염병이 최소 36만9천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쟁으로 완전히 황폐해진 가자 북부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여서, 가자 전체로 보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흔한 질병은 감기,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간단한 병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가자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욱 취약하다.
"안 아픈 사람이 없다"…가자지구 전역에 전염병 창궐
현지에서 전해지는 말들을 모아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가자 남부 라파에 있는 피난촌에서 가족 10명을 보살피고 있다는 사마 알파라(46·여)는 NYT에 "안 아픈 사람이 없다"며 아이들 모두 고열과 설사, 구토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알파라는 피란 온 후 잠은 바닥에서 잤고, 물은 씻을 때 썼던 악취 나는 것을 그대로 마셨다고 했다.

아미라 말카시(40·여)는 지난달 아들이 창백하고 황달기가 있어 칸유니스에 있는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음날 전화를 걸어 아들의 증상을 설명했더니 의사는 A형 간염 증세라고 진단했다.

A형 간염은 수인성 전염병이라 아들은 격리돼야 했지만, 병원에 남은 병실이 없었다.

결국 수천명이 모여 생활하는 피난촌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난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A형 간염 환자가 약 1천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PA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관할하기 때문에 가자지구의 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라파의 한 병원 의사는 영양실조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고, 어린이 빈혈과 탈수가 이전의 거의 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엔이 운영하는 피난처에서 지내는 주민들은 흐르는 물도 없는 화장실을 함께 쓰고 있다.

거리엔 대변이 쌓이고 있고 이는 질병을 확산시키고 또다시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WHO는 설명했다.
"안 아픈 사람이 없다"…가자지구 전역에 전염병 창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