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연합뉴스
올해 국가직 5급 공채(행시 66회) 재경직 수석이 첫 입직 부처로 기획재정부를 선택했다. ‘행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 수석이 기재부에 배치된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기재부 내부에선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1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직 5급 공채에 합격한 308명의 수습 사무관은 지난 2일 각 부처로 첫 발령을 받았다. 지난 11일부터 일선 부처로 출근하면서 실무 수습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지난 5월부터 17주간 기본 교육을 받은 후 9월부터 3개월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시보 임용기간을 거쳤다. 내년 9월까지 실무수습 근무를 거쳐 공식 임용된다.

부처별 배치 인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재부·보건복지부 (21명) △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20명) △행정안전부·특허청(15명) 등의 순이었다.

인사처에 따르면 행시 66회 재경직 수석인 L사무관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에 배치됐다. 연수원 성적을 제외한 2차 시험 기준 수석 합격자인 L사무관은 행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그는 올해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기재부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L사무관은 경제정책국에서 물가 관리를 총괄하는 물가관리과에 배치됐다.

행시 재경직 수석이 기재부를 선택한 건 2020년(행시 63회)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행시 수석을 차지했던 C사무관은 현재 기재부 세제실에서 근무 중이다. 반면 2021년 행시 64회 수석이었던 K사무관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선택했다. 행시 65회 수석인 J사무관은 학업 때문에 한 해를 건너뛰고, 올해 공정위를 선택했다. 행시 64회와 65회 재경직 수석 모두 공정위를 선택한 것이다.

더욱이 행시 재경직에 수석 합격한 남성 사무관이 기재부에 배치된 것도 201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남성 출신으로는 행시 58회 재경직 수석 합격자인 P사무관이 현재 기재부 국고과에서 근무 중이다. 그동안 행시 재경직 수석을 대부분 여성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재경직 수석이 기재부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기재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인데다 예산·세제 등 막강한 업무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후 서울에 있는 금융위원회를 선택하거나 공정위 등 향후 이직이 용이한 부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젊은 MZ 사무관들이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가 과중하고 인사 적체가 심한 기재부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선 행시 재경직 수석이 배치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시 재경직 수석이 무조건 기재부에 오라는 법은 없다”면서도 “과거 위상을 생각하면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