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가 부양을 노리는 주주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일부 종목은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박스권 돌파한 삼성물산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0월 말 주가가 급등세로 전환했다. 1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20% 넘게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12만원을 돌파하며 2021년 9월부터 이어진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다. 이날 52주 신고가 부근인 12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을 촉발한 것은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이다. 지난 6일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달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는 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자산운용이 목표로 삼은 현대엘리베이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55% 올랐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해 현정은 회장 사내이사 사임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현 회장은 최근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KCGI자산운용은 7.64%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2대 주주이자 외국계 엘리베이터 회사인 쉰들러와 연대를 통해 추가 압박을 노리고 있다.

◆확대되는 행동주의 반경

행동주의 대상은 상장 기업을 넘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부동산투자 기구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코람코자산신탁은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이들 리츠는 고금리 등의 여파로 주가가 고점 대비 30%가량 빠졌다. 증권업계는 코림코자산신탁이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리츠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주가치를 희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이달 출시한다. 낮은 주주환원 등의 이유로 저평가된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지난 9월 KCGI자산운용도 행동주의 공모펀드인 ‘ESG동반성장펀드’를 출시했다.

행동주의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증권업계는 주주행동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계는 쥐꼬리 지분으로 기업을 공격하는 행태가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팰리서캐피탈은 지분이 0.62%에 불과하다. KCGI자산운용의 현대엘리베이 지분도 2%안팎이다.

증권업계는 내년 초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3월에 정기 주총이 열리면 1~2월에는 주주총회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