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멈춘다" 비상 걸린 日…서둘러 '자율주행 트럭' 전용도로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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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日 '물류 2024년 문제'…대대적 물류혁신 추진
화물운송 92% 트럭에 의존
내년 4월부터 트럭기사 근무시간
하루 15시간 제한…물류난 불가피
日정부, 모빌리티 시프트 총력전
장거리 트럭기사 중간서 맞교대
레벨 4 자율주행 고속도로 설치
인프라 개선, 선박·철도 비중 확대
日 '물류 2024년 문제'…대대적 물류혁신 추진
화물운송 92% 트럭에 의존
내년 4월부터 트럭기사 근무시간
하루 15시간 제한…물류난 불가피
日정부, 모빌리티 시프트 총력전
장거리 트럭기사 중간서 맞교대
레벨 4 자율주행 고속도로 설치
인프라 개선, 선박·철도 비중 확대
신도메이 고속도로는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까지 일본 3대 도시권을 잇는 대동맥이다. 이 도로에 내년부터 심야시간대에 운전자가 차량에 운전을 완전히 맡기는 ‘레벨 4’ 단계의 자율주행 트럭이 달리게 된다.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2024년 신도메이고속도로 누마즈 인터체인지에서 하마마쓰 인터체인지 구간 약 100㎞에 완전 자율주행 트럭 전용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교통 인프라를 통째로 뜯어고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앞으로 7년 이내에 선박과 철도 수송량을 두 배씩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철도 화물 수송회사인 JR화물(貨物)은 바퀴를 작게 만들어 기존 열차보다 높이를 26㎝ 낮춘 저상 화물열차를 개발했다.
물류 2024년 문제가 일본 경제와 일본인의 일상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2018년 기준 총 47억2700만t의 물류 가운데 92%를 트럭이 날랐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5개월 뒤 트럭 운전기사 14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화물 수송능력이 2019년보다 14.2% 줄어든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의 화물 35%가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X종합연구소는 물류 정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10조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긴급대책은 ‘모빌리티 시프트(Mobility Shift·차량 대전환)’로 요약된다.
철도와 선박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한정된 숫자의 운전기사가 법정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나름으로써 트럭과 장거리 수송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맞교대 방식을 쓰면 화물이 하루 만에 도쿄~오사카를 오가는 동안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 모두 당일치기로 일을 마칠 수 있다. 1인당 운전거리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하마마쓰를 왕복한 약 500㎞, 6시간에 불과하다.
시속 80㎞인 트럭 최고 제한속도를 100㎞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에서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는 왕복 16시간 거리다. 트럭의 최고 속도를 20㎞ 올리면 왕복 운행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들어 이론상 당일치기가 가능해진다.
트럭을 꽉 채워서 달리면 1명의 운전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크기의 트럭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도 있다. 국토교통성의 ‘전국 화물 순물동 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한 번 출하하는 화물의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소량의 화물을 더 자주 실어나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40%에 불과한 화물적재율, 1회 운행의 25%를 차지하는 대기와 상·하차 시간, 12%의 재배달만 개선해도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물류 2024년 문제의 당사자인 기업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대책이 ‘밀크런(우유배달) 방식’이다. 트럭 한 대가 우유 배달하듯 여러 기업을 돌면서 화물을 한곳에 모아 운송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산업이 밀크런 방식으로 부품을 조달하면 필요한 운전기사를 12%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닛세이식품과 삿포로그룹은 2022년 3월부터 시즈오카~오사카 구간에서 맥주와 라면을 함께 운송하고 있다. 맥주와 라면을 함께 실으면 중량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서 화물칸을 꽉 채울 수 있다. 필요한 트럭이 20% 줄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올가을부터 도시락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배송 횟수를 1일 4회에서 3회로 줄이기로 했다. 컵라면과 과자류 같은 가공식품의 배송 기간은 당일에서 익일로 바꿨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2023년 6월부터 익일 배송 지역을 줄였다. 도쿄 기준으로 익일 배송이 안 되는 현청 소재지가 20%에서 40%로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 정부는 교통 인프라를 통째로 뜯어고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앞으로 7년 이내에 선박과 철도 수송량을 두 배씩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철도 화물 수송회사인 JR화물(貨物)은 바퀴를 작게 만들어 기존 열차보다 높이를 26㎝ 낮춘 저상 화물열차를 개발했다.
○트럭 운전기사 14만 명 부족
일본 정부가 다급하게 추진하는 대책은 모두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은 지금 ‘물류 2024년 문제’로 비상이다. 물류 2024년 문제란 내년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한다. 일본의 주 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 시행에 따라 내년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시간이 960시간 이내로 제한되면서 생기는 변화다.물류 2024년 문제가 일본 경제와 일본인의 일상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2018년 기준 총 47억2700만t의 물류 가운데 92%를 트럭이 날랐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5개월 뒤 트럭 운전기사 14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화물 수송능력이 2019년보다 14.2% 줄어든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의 화물 35%가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X종합연구소는 물류 정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10조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긴급대책은 ‘모빌리티 시프트(Mobility Shift·차량 대전환)’로 요약된다.
철도와 선박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한정된 숫자의 운전기사가 법정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나름으로써 트럭과 장거리 수송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맞교대 방식 도입
일본 정부가 가장 기대하는 대책은 맞교대다. 도쿄에서 오사카는 왕복 1000㎞, 12시간 거리다.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당일치기는 무리여서 트럭 기사들은 ‘차박’을 한다. 그래서 등장한 아이디어가 도쿄와 오사카 사이의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市) 주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가 트럭을 바꿔서 돌아오는 것이다.맞교대 방식을 쓰면 화물이 하루 만에 도쿄~오사카를 오가는 동안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 모두 당일치기로 일을 마칠 수 있다. 1인당 운전거리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하마마쓰를 왕복한 약 500㎞, 6시간에 불과하다.
시속 80㎞인 트럭 최고 제한속도를 100㎞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에서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는 왕복 16시간 거리다. 트럭의 최고 속도를 20㎞ 올리면 왕복 운행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들어 이론상 당일치기가 가능해진다.
트럭을 꽉 채워서 달리면 1명의 운전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크기의 트럭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도 있다. 국토교통성의 ‘전국 화물 순물동 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한 번 출하하는 화물의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소량의 화물을 더 자주 실어나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자구책 마련 안간힘
12%에 달하는 택배 재배달도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국토교통성은 재배달률이 10%이면 연간 약 6만 명분의 노동력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산한다.40%에 불과한 화물적재율, 1회 운행의 25%를 차지하는 대기와 상·하차 시간, 12%의 재배달만 개선해도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물류 2024년 문제의 당사자인 기업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대책이 ‘밀크런(우유배달) 방식’이다. 트럭 한 대가 우유 배달하듯 여러 기업을 돌면서 화물을 한곳에 모아 운송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산업이 밀크런 방식으로 부품을 조달하면 필요한 운전기사를 12%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닛세이식품과 삿포로그룹은 2022년 3월부터 시즈오카~오사카 구간에서 맥주와 라면을 함께 운송하고 있다. 맥주와 라면을 함께 실으면 중량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서 화물칸을 꽉 채울 수 있다. 필요한 트럭이 20% 줄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올가을부터 도시락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배송 횟수를 1일 4회에서 3회로 줄이기로 했다. 컵라면과 과자류 같은 가공식품의 배송 기간은 당일에서 익일로 바꿨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2023년 6월부터 익일 배송 지역을 줄였다. 도쿄 기준으로 익일 배송이 안 되는 현청 소재지가 20%에서 40%로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