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가 부양을 노리는 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종목은 저평가 해소 기대에 꿈틀거리고 있지만, 아예 반응하지 않는 종목도 눈에 띈다.
몸푸는 행동주의 펀드…타깃 기업 주가 '희비'

○박스권 돌파한 삼성물산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0월 말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11월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20% 넘게 올랐다. 이달엔 12만원을 돌파하며 2021년 9월부터 이어진 장기 박스권도 돌파했다. 이날은 0.39% 하락한 12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를 자극한 것은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이다. 팰리서캐피털(지분율 0.62%)은 지난 6일 삼성물산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도 지난달 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자산운용이 목표로 삼은 현대엘리베이터(지분율 2%)도 올 들어 주가가 55% 올랐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등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도 보냈다.

VIP자산운용이 압박한 아세아시멘트는 7월 26일 8930원이던 주가가 이날 1만630원까지 19% 올랐다. 회사 측이 내년까지 별도 순이익의 40%를 주주환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화답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확대되는 행동주의 반경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은 리츠와 같은 부동산 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코람코자산신탁은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의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리츠 상장사의 유상증자나 추가 자산 편입 등이 과도하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경영에 개입하려는 사전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들 리츠는 고금리 등의 여파로 주가가 고점 대비 30%가량 빠졌다.

행동주의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이달 출시한다.

통상 행동주의가 투자하면 주주 환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타깃으로 삼은 리츠들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3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공격 이후 주가가 되레 하락세다. 현재 주가(61만원)는 작년 1월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월엔 주가가 급등했지만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한 8월 이후부터 약세로 전환됐다.

증권가는 내년 주총 시즌에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월에 정기 주총이 열리면 1~2월에는 주주총회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며 “상당수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 안건을 검토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