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 총액이 4조달러(약 52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 "투자처 마땅찮네"…쌓아둔 자금만 4조달러 달해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12일(현지시간) 데이터 제공업체 프레킨의 자료 등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사모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드라이파우더는 펀드 운용사들이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을 뜻한다. 드라이파우더 금액이 커졌다는 건 그만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시장 환경이라는 의미도 있다.

드라이파우더 4조달러는 PEF업계 전체 운용자산(AUM)인 13조달러 대비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사들이기에도 충분하고, 벅셔해서웨이나 테슬라를 인수할 경우 상당량의 금액이 남을 정도”라고 전했다. 애플의 13일 종가 기준 시총은 약 3조280억달러다. 벅셔해서웨이의 시총은 7850억달러, 테슬라 시총은 7534억달러다.

PEF업계의 기록적인 드라이파우더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PEF 운용사들이 넉넉한 드라이파우더를 갖고 있고 투자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자본시장에서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하기엔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운용 수수료를 창출하는 데 급급한 PEF 운용사들이 막대한 드라이파우더를 엉뚱한 데다 쏟아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FT는 “PEF업계에 미소진 자금 4조달러가 있다는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도출될 수 있다”고 짚으며 “여러 해석이 모두 사실일 수 있다”고 평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