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항복 받아내겠다"…끝까지 단호했던 충무공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사진)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관객 1761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그 뒤를 이은 ‘한산’의 속편으로 순제작비만 286억원이 들었다. 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김윤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속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신념에 찬 단호함, 부하들이 믿고 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장을 잃은 왜군은 퇴각하기 바쁘다. 조선의 장수들은 전쟁 승리를 자신하지만 이순신의 생각은 다르다.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순신이 내다본 것처럼 간단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왜군 장수 고니시(이무생 분)는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 분)에게 뇌물을 바치며 퇴로를 뚫는다. 사천에 주둔하던 시마쓰(백윤식 분)의 살마군도 고니시를 돕기 위해 출병한다. 500척에 달하는 적선을 앞뒤로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순신은 결전지로 노량을 고른다. “열도 끝까지 쫓아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

100분이 넘는 해상 전투 장면이 이때부터 펼쳐진다. 이순신 함대의 원거리 포격과 거북선을 활용한 물리적 타격, 학익진으로 펼쳐진 판옥선의 화공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왜군도 2교대 체제의 조총부대를 앞세우며 전투는 난전으로 거듭난다. 롱테이크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처음에 명나라 병사를 비추다 조선 수병과 왜병, 이순신 장군까지 한 호흡에 담아냈다.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군을 알리는 북을 치다가 적의 유탄을 맞고 숨을 거둔다. “전쟁이 급하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는 유언처럼,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