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가득한 창고에 12년간 도난문화재 숨겨둔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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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가득한 창고에 12년간 도난문화재 숨겨둔 박물관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PCM20230313000178990_P4.jpg)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82)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1년 7월∼2013년 8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무허가 주택(창고)에 일반동산문화재인 불화 4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재보호법상 일반동산문화재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났으며 상태가 양호하고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중 희소성이나 명확성, 특이성, 시대성이 있다고 판단된 것을 뜻한다.
A씨가 갖고 있던 작품 중에는 1993년 대구 달성군 유가사 대웅전에서 도난당해 2009년 도난 문화재로 등록된 '영산회상도'도 있었다.
발견됐을 때 이들 작품은 모두 화기(불화 가장자리에 조성 시기, 봉안 장소, 화공의 이름 등을 기재한 부분)가 훼손된 상태였다.
A씨는 각 작품을 신문지나 비닐 등으로 포장해 습기나 온도 조절 장치가 없는 창고에 보관해뒀다.
경찰이 이곳을 수색했을 땐 사방에 곰팡이가 피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
A씨는 1990년대 이들 작품을 판매한 고미술상이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숨겨서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후 오랜 기간 불교문화재를 수집해 1993∼2017년 서울 종로구에 사립 박물관을 운영한 A씨가 도난 문화재임을 모를 리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는 학력과 경력상 그 누구보다 불교문화재 전반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으므로, 각 불화의 상태를 보고 도난 문화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도난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변명할 뿐"이라고 질책했다.
다만 "박물관을 운영하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기여했고 고령인 점, 이들 불화를 보관하기 시작한 시점엔 일반동산문화재 은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앞서 비슷한 범행으로 이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3차례나 선고받아 확정됐다.
앞선 사건에서는 2009~2014년 성남시의 한 건물 지하에 불교미술품 16점과 지석 315점을 은닉한 혐의, 2001∼2014년 종로구 창고에 불교문화재 39점을 은닉한 혐의, 2001∼2014년 같은 창고에 다른 불교문화재 34점을 은닉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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