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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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주요 물가지표로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의 내년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했다. 물가가 계속 둔화하면서 2025년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앞서 내년 소비자 물가상승률(CPI) 전망치를 2.4%에서 2.6%로 높였다. 한국의 물가 둔화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Fed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뒤 경제전망 지표를 수정했다. 근원 PCE는 지난 9월 경제전망에 비해 올해와 내년 전망치가 모두 하향됐다. 이 지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가장 정확한 물가지표'로 꼽는 지표다. 올해 전망치는 3.7%에서 3.5%로 0.5%포인트 낮아졌다. 내년은 2.6%에서 2.4%로 0.2%포인트 전망치를 하향했다.

헤드라인 PCE도 비슷하게 하향됐다. 올해 전망치는 3.3%에서 2.8%로, 내년은 2.5%에서 2.4%로 각각 낮아졌다.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 인하로의 정책 전환 가능성도 커졌다. FOMC 참석자들의 내년 정책금리 수준 전망 점도표를 보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내년말 연 4.6%로 하락한 후 2025년말 연 3.6%, 2026년말에는 연 2.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물가 전망이 하향된 반면 한국은 오히려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올해는 3.4%에서 3.6%로 0.1%포인트, 내년은 2.4%에서 2.6%로 0.2%포인트 높였다. 9, 10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공공요금 인상 자제 등 관리물가 영향으로 끈적한 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한은이 내년 두차례 (0.25%씩)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Fed의 금리 결정이다. Fed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추가 인하 여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권 전무는 "최대 3차례까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5%에서 내년말 연 2.75%까지 하향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