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의 '버터팬트리' 매장에서 직원이 버터를 만들고 있다./ 송영찬 기자
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의 '버터팬트리' 매장에서 직원이 버터를 만들고 있다./ 송영찬 기자
“오늘 아침에 만든 신선한 버터 한 번 맛보세요.”

꿀, 시나몬, 참깨 등을 섞어 만든 프리미엄 버터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자 갓 만든 버터를 포장하던 직원이 시식을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옆의 수입 식료품 코너는 흡사 유럽의 고급 슈퍼마켓의 매장을 옮겨 놓은 듯 했다. 프랑스 잼, 벨기에 초콜릿, 이탈리아 발사믹오일 등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산 코너에서는 직원이 성인 남성 팔뚝만한 킹크랩을 산 채로 잡아 손질 중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40분께 찾은 이곳은 신세계가 한 달 반에 걸친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연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이다. 15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지난 이틀 간 ‘프리오픈’(시범 개관)한 이곳엔 장을 보러 온 주부들과 식사를 하러 온 젊은층으로 북적였다.

'초신선', '프리미엄' 앞세워 강남 주부 정조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 매장전경./ 신세계 제공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 매장전경./ 신세계 제공
신세계가 15일 서울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지하에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을 정식 개관했다. 종전에 ‘SSG푸드마켓’이었던 곳으로, 신세계는 지난 8월 이마트로부터 SSG푸드마켓을 인수한 뒤 11월부터 매장 전면 리뉴얼을 진행하고 이름도 신세계푸드마켓으로 바꿔 달았다. 신세계는 총 3300㎡(약 1000평) 면적의 매장에 전체 1200여개 브랜드 제품 중 800개 이상을 신규 브랜드로 교체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매대를 줄여 동선 너비를 종전과 비교해 20% 넓혔다.

이 매장 곳곳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는 ‘초(超)신선’이다. 신세계는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목장에서 당일 착유한 ‘새벽 우유’가 대표적이다. 서울 성수동의 유명 버터 전문점 ‘버터팬트리’가 만든 버터 코너에선 당일 제조한 ‘오늘의 버터’를 구입할 수 있다. 수산 코너엔 당일 잡아 항공으로 직송한 제주산 은갈치 활어, 잼 코너엔 2주 이내에 생산한 배로 만든 ‘배로잼있다’ 등이 매대 전면을 꾸미고 있다.
한 소비자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 축산코너에서 '신세계암소한우플러스' 제품을 사고 있다./ 신세계 제공
한 소비자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 축산코너에서 '신세계암소한우플러스' 제품을 사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푸드마켓의 주 타깃은 고소득층 주부다. 이를 위해 신선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다른 매장에선 찾기 어려운 프리미엄 제품들을 매장 전면에 비치했다. 세계 40여개국의 대표 제품들을 국가별로 나눠 진열한 수입 식료품 코너가 대표적이다. 축산 코너엔 새로운 한우 자체브랜드(PB) ‘신세계 암소 한우 플러스’도 출시했다. 기존에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던 ‘신세계 암소 한우’보다 높은 품질을 강조해 백화점을 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반찬 매장 ‘발효:곳간’엔 전국 곳곳의 장인들이 만든 장과 지역 특산 식료품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푸드마켓서 장봐도 백화점 실적으로"

한 소비자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의 반찬 매장 '발효곳간'에서 장보고 있다./ 신세계 제공
한 소비자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의 반찬 매장 '발효곳간'에서 장보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가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에 심혈을 기울인 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전국 1위’ 수성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이마트에 넘어갔던 신세계푸드마켓을 다시 가져오며 도곡점과 청담점(내년 리뉴얼 오픈 예정)의 운영주체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으로 설정했다.

테헤란로를 경계로 나눠지는 강남 남부권과 북부권 지역 주민들이 근거리 식료품 쇼핑은 각각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과 청담점에서 하고, 명품 쇼핑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하도록 유도해 충성 고객들을 신세계백화점에 가둬두는 일종의 ‘록인(자물쇠·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신세계는 이 매장을 통해 전통적인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대치동·도곡동 일대의 강남 남부 상권의 프리미엄 수요를 독점하겠단 전략을 세웠다. 기존엔 일부 백화점 식품관에만 도입하던 유료 멤버십 ‘신세계프라임’을 신세계푸드마켓 도곡점에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세계프라임은 연회비 5만5000원을 내면 1년간 한우·과일·식료품 등 다양한 상품을 최대 30% 할인해주는 유료 멤버십 제도다. 기존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대전점·광주점 등 비(非)서울 점포에만 시범적으로 도입해왔다. 일본 전통 회전초밥 전문점 ‘갓덴스시’, 서울 청담동의 유명 베이커리 ‘르뱅룰즈’ 등 새로운 식음료(F&B) 브랜드도 대거 확충했다.

이르면 내년 3분기까진 신세계푸드마켓 청담점의 전면 리뉴얼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은 “이번 재단장을 통해 고객들은 신세계백화점만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다 가까이서 접하고 식품 유료 멤버십, 식품 정기 구독서비스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신세계 푸드마켓에 걸맞은 최상의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김세민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