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쫄지 않는다"…AI와 대화하는 회화 앱 내놨더니 [긱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홍연승 스픽이지랩스 한국지사장 인터뷰
영어 회화 앱 ‘스픽(Speak)’을 만든 스픽이지랩스는 오픈AI 스타트업 펀드의 첫 번째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입니다. 스픽은 이 펀드에서 3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오픈AI와 협업으로 GPT-4가 세상에 공개되기 두 달여 전부터 기술을 이용할 수 있었고, 올해 1월 인공지능(AI)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스픽이지랩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핵심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AI로 영어 교육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스픽이지랩스의 홍연승 한국지사장을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스픽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에 하나가 '프리톡'입니다. 외국인이랑 직접 대화를 하면 영어 울렁증이 생기는 분들도 인공지능(AI)과는 좀 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연승 스픽이지랩스 한국지사장은 "스픽은 무엇보다 말을 많이 시키고, 발음에 특화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계속해서 반복 학습을 하면서 문장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픽은 ‘비디오 기반’ 강의와 ‘프리톡’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디오 기반 강의는 실제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을 수준별로 학습할 수 있다. 프리톡은 AI와 원하는 주제로 프리토킹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홍 지사장은 "특정 상황에 맞춰 AI와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식당에서 영어로 컴플레인(항의)하는 방법 등을 AI와 함께 공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이라면 중요한 해외 고객을 만나기 전에 이를 가정해 AI와 영어로 대화해 볼 수도 있다.
AI는 학습자가 말한 문장에 대해 실시간 피드백을 해주고, 문장에서 어색한 게 없는지 즉석에서 첨삭·교정도 해준다. 홍 지사장은 "AI가 단순히 영어 교육을 넘어 사용자의 맞춤형 비서가 될 수 있도록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며 "교육 시장에 AI를 활용한 새로운 학습법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지사장과의 일문일답.
Q. 스픽이 다른 영어 교육 앱과 차별화한 점이 있을까요?
A. 우선 저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어 학습 앱입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지향하는 방향인데요. 저희는 일단 영어를 말하게 되려면 말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화량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일방향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거나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과 대화하고 나를 잘 아는 선생님이 나만을 위한 학습 커리큘럼을 제안해 주고, 나를 위한 피드백을 주는 그런 1 대 1 과외 같은 느낌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스픽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을 알려드리고 그 발음을 계속 반복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시켜요. 발음이 정확한지 피드백도 주고, AI랑 쌍방향 대화도 할 수 있죠.
Q. 스픽 서비스에 이용 시간 제한 같은 건 없는 건가요?
A. 네, 시간에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고요. 커리큘럼이 매일매일 짜여져 있지만 그것 외에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죠. 예를 들어서 여행 영어, 식당 회화 등 그런 수업을 배우고요. 무제한이다 보니까 어떤 회원은 하루에 8시간 동안 AI랑 대화하고 그런다는 분들도 있어요. Q. 이용자들이 구체적으로 AI랑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할 수 있나요?
좀 창의적인 분들은 AI에 "네가 해리포터의 기숙사 배정 모자가 되어서 내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려줘"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내일 있을 영업 미팅을 준비하는데 반도체 회사의 바이어가 돼서 내일 미팅 준비를 도와줘"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사람 선생님이라면 전문지식이 없거나 하면 이야기를 끌고 가기 어려운 부분들도 AI는 어떤 대화 주제든 매끄럽게 끌어가면서 연습을 도와 줄 수 있죠.
Q. 발음에 특화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수준인가요?
A. 발음 교정의 단위가 '단어'가 아니라 '음소' 단위예요.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정확히 피드백을 드리고요. AI가 계속 도와주면서, 잘하면 칭찬을 하기도 하죠.
Q.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능이 들어가나요?
A.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AI가 맞춤형 영어 교육 비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냥 챗봇 형태인데요. 앞으로는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기억해서 영어 교육 목적과 취향 등에 맞춰 교육을 도와줄 수 있는 거죠. 프리토킹에서 자주 특정 문법을 틀린다면 "이거 연습해 볼래" 이런 제안을 주기도 하고요. 내가 공부한 내용들을 다 알게 되는 거죠.
Q. 이용료는 얼마나 되나요?
A. 2개의 회원권이 있는데요. 일반 프리미엄 회원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것은 연간 12만9000원, 쌍방향 대화 등을 무제한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프리미엄 플러스는 연 29만9000원입니다.
Q. 국내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A. 2019년 12월에 한국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어요. 다만 본사 방침상 유료 이용자 수는 현재 공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450만 정도입니다.
Q. 오픈AI가 투자를 했다고 하던데요.
A. 오픈AI가 스타트업 펀드를 결성했어요. 저희가 첫 번째 포트폴리오 회사 중에 한 곳이고요. 저희 창업자가 Y콤비네이터 출신인데 샘 올트먼과 친분이 있죠. 작년 11월에 시리즈B 투자 유치 때 오픈AI 펀드가 들어왔죠. 오픈AI와 협업도 잘 이뤄지고 있어서 저희는 GPT-4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 두 달 전부터 그 기능을 이용해 왔습니다.
Q. 누적 투자 유치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올해 10월 기준으로 6200만달러(약 800억원) 정도입니다.
Q. 스픽에는 언제 합류하신 건가요?
A. 올해 5월에 입사했습니다. 바로 직전에는 메타(옛 페이스북) 싱가포르지사에 있었고요. 그 전에는 구글에도 있었고, 싱가포르에서 9년 정도 생활했습니다. 구글과 메타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플랫폼 기업들인데 앞으로 10년은 누구의 시간일까를 좀 고민을 해봤거든요. AI에 큰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을 했고, 마침 스픽에서 지사장을 구하고 있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Q. 외국 대학을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네, 미국 브라운대 미디어 전공했습니다.
Q. 스픽은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핵심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A. 저도 처음에 그게 너무 신기했는데요. 코너 즈윅 스픽 최고경영자(CEO)와 앤드루 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만든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에서 만나 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처음에 상품이 명확하게 있었던 게 아니라 기술이 먼저 있었어요. AI 기반의 발음 인식 기술이 있었고,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했는데 언어 교육 시장이었던 거죠. 그럼 어디에 가서 팔아야 될까를 고민을 하면서 리서치를 했는데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 딱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CEO가 하버드대 다닐 때 룸메이트가 저희 차승재 부사장이었어요. 그래서 같이 한국에 왔는데 한국만큼 AI 기술로 영어 교육 문제를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마켓이 없다고 판단했던 거죠.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쓰는데 잘 안되고 있잖아요.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그래요. 그런데 AI와 대화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죠. 또 한국은 새로운 기술도 빨리 습득하는 나라고요.
Q. 직원은 몇 명 정도입니까?
A. 저희가 62명 정도 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 오피스에는 정직원 기준으로는 20명이 조금 안되게 있습니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지만 콘텐츠팀은 LA에 있고요. 할리우드에 있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각종 영어 표현 알려주는 영상 등이 제작되죠. 일본에도 작은 팀이 있어요. 또 엔지니어링팀 10명 정도는 슬로베니아에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고요. 세계 곳곳에 있죠. 저희 회사가 보면 당연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잘해내는 문화가 있죠.
Q. 한국 외에 다른 나라도 진출해 있죠?
A. 저희가 작년 말에 일본에 진출을 했고요. 그 이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엄청나고 빠르게 스케일업을 하고 있어요. 현재 32개국 서비스를 하고 있고요. 스픽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누구라도 배울 수 있도록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동아시아권에서 확실히 영어 교육에 관심이 높고요. Q. 어떻게 해야 영어 공부를 잘할까요?
A. 언어를 공부할 때 하나도 틀리면 안 되고, 뭔가 내가 토익 점수 받듯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말과 문장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런데 우리가 한국말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냥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인지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영어에 대한 두려움, 울렁증 때문에 기회가 막힌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스픽은 AI랑 부담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제가 스픽으로 열심히 공부하신 분에게 "무엇을 얻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했거든요. 제일 기억에 남는 답변이 딱 다섯 글자였는데 '쫄지 않는다'였습니다.
Q. 맞춤형 교육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A. 교육학계에 유명한 연구 결과 있는데요. 1 대 30으로 무언가 지식을 습득한 그룹과 1 대 1로 지식을 습득한 그룹을 비교했을 때 수학 능력 평균이 1 대 30의 상위 2% 정도가 1 대 1 그룹의 평균과 같다는 거였죠. 그만큼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나의 흥미와 능력, 진도에 맞춰서 수업이 제공돼야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시간과 공간, 비용적인 제약이 있다 보니까 그게 이뤄지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AI가 이런 부분을 많이 풀어줄 수 있다는 거죠.
Q. 앞으로 5년 후 스픽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A. 저희가 상상하는 5년 후의 미래는 AI를 활용해서 나만의 맞춤 선생님이 있는 그런 학습법이 아주 보편적인 학습법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색'이라고 하면 구글이 대명사가 되듯 언어 교육에 있어서는 스픽이 대명사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