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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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재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연금을 받을 사람은 그대로인데 보험료를 낼 미래세대는 줄어서다.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기본 가정인 중위 기준으로 올해 0.72명을 기록한 뒤 2025년 0.65명까지 떨어진다. 2026년부터 출산율이 반등하지만 2049년 1.08명까지 회복된 뒤 같은 수치가 유지된다.

이는 2년 전 추계보다 대폭 악화된 결과다. 통계청은 2021년에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선 출산율이 2024년 0.7명으로 저점을 찍고 2046년 1.21명까지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번에 통계청이 내놓은 중위 가정은 출산율이 2025년 0.61명까지 떨어진 뒤 2049년 1.02명까지만 회복할 것이라는 2년 전 최악의 시나리오인 ‘저위 가정’과 더 유사하다.

악화된 인구 전망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의 장기 재정전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회보험은 기본적으로 현재 근로세대가 낸 보험료로 노인 및 환자 등 수급 계층을 부양하는 구조다. 출산율 하락은 미래 근로세대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지고, 자연히 사회보험 제도의 재정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대표적 예가 국민연금이다. 올해 정부는 향후 70년 간의 재정 전망을 담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면서 인구 변수는 2년 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중위 가정을 활용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기금이 2040년 정점을 찍고 2055년 소진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이 새로 제시한 중위가정보다 더 비관적인 저위 가정 하에서도 출산율 하락은 기금 소진 시점을 앞당기진 않는다. 지금 출산율이 떨어져도,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국민연금 가입자가 되기까진 20~30년의 시간이 들어 30여년 뒤까진 재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여파는 고갈 이후부터다. 중위 가정 하에서 기금소진 시점인 2055년 적자 규모는 47조원이다. 인구 변수를 저위 가정으로 바꾸면 적자 규모는 132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미래의 출산율이 떨어진만큼 적자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적자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된다. 2055년 적립금이 고갈되고 나면 국민연금은 그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의 중위 가정 하에서 2060년 미래의 가입자들은 소득의 29.8%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저위 가정 하에서 보험료율은 32.6%로 3%포인트 가까이 높아지고, 이 격차는 2070년대 5%포인트 수준으로 커진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