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치 이벤트마다 기승…이슈 소멸되면 주가 급락
'폭탄 돌리기' 대주주 등 일부 빼고는 피해보기 일쑤

내년 4월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굵직한 정치 이벤트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테마주들은 이슈가 사라지면 고공행진을 하던 주가도 대부분 급락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와 대상홀딩스 우선주는 지난달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때문에 주가가 급등했다.

배우 이정재가 총선 출마설이 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저녁 식사를 한 사진이 공개됐는데, 한 장관과 현대고 동문인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오랜 연인 사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상홀딩스가 '한동훈 테마주'로 묶이게 된 것이다.

당시 6천940원이던 대상홀딩스 주가는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세를 타더니 이날 1만4천원으로 100% 오른 상태다.

대상홀딩스 우선주는 7천670원에서 7배인 5만1천700원까지 올랐다 이날 5배인 4만600원에 거래됐다.

총선 앞두고 '정치 테마주' 주의보…"한탕주의"(종합)
게다가 코스닥 상장사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8일 운영자금 19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신주 배정 대상자가 이정재라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정재는 투자금 납입 후 와이더플래닛의 최대주주가 된다.

유상증자 공시 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와이더플래닛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으나 급등세가 멈추지 않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하루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4일 2천765원에서 열흘도 안 돼 4배인 1만590원으로 뛰었다.

유력 정치인과 결부된 정치 테마주들은 총선이나 대선 등 주요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난해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1년 전부터 '대선 테마주'들이 등장해 주가가 요동을 쳤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상장사 NE능률은 최대주주가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한때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스타코는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한다는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으로 내건 공공주택 정책 테마주(이재명 테마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9배가량 올랐다.

대선 테마주들은 보통 후보의 당락과 관계없이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올랐던 주가를 반납한다.

NE능률과 이스타코의 경우 주가가 고점 대비 70~85% 폭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18대와 19대 대선에서도 반복됐다.

2020년 21대 총선 때도 마찬가지로 '황교안 테마주' '이낙연 테마주' '안철수 테마주' 등 '총선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렸다.

총선 앞두고 '정치 테마주' 주의보…"한탕주의"(종합)
정치 테마주들은 보통 정치인 누구누구와 혈연, 학연, 지연이 있다는 식의 그럴싸한 논리를 앞세우지만, 실상은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22대 총선 테마주로 뜬 대상홀딩스는 지난 1일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최근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사업 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테마주'로 언급되면서 주가가 들썩이는 기업 중 하나인 덕성도 지난달 27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정치 테마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 테마주는 해당 기업의 실제 사업이나 실적과 무관하다 보니 뛰어오른 주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더구나 급등하던 주가가 꺾이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폭탄 돌리기'가 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오르는 중간에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간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피해를 보기 쉽다.

이스타코는 주가가 한창 오를 때 최대주주인 대표이사와 친인척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 200억원 이상을 챙겼으며, NE능률은 주가가 오를 때 자사주를 매각해 100억원 이상을 환수했다.

대상홀딩스는 임 부회장의 부친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주가가 급등하는 사이 보유 중이던 우선주를 전량 매도해 현금화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 가치 변동과 관계가 없는데 빨리 사서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하면 되겠다는 한탕주의적 성격이 짙다"며 "급등한 주가는 급락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투기적 투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가 과열되면서 더욱 심화되는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전보다 정치 테마주 범위가 더 넓고 대형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못 찾고 있다 보니 테마주가 더 많이 움직인 것 같다"며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