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방안, 시장독점·전관폐해 깨부순다던데…[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지난 수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주요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철근누락 아파트로 통칭되는 부실시공' 입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LH관련 대책은 후자인 부실시공에 관한 것입니다. 개혁안으로 제시된 'LH 혁신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은 부실시공 재발방지의 관건으로 '독점'과 '전관'을 지목하면서 경쟁체제의 구축을 추가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투명성·전문성·효율성·책임소재를 높이고 명확히 한다는 것입니다. 범위는 주택공급·사업발주 방식, 감리제도, 건설산업 시스템까지 포함합니다.
100%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없는 사안이기에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합니다. 이런 류의 사안은 종종 양자택일의 선택이 요구됩니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많지만 한번에 해결할 획기적인 방안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 뭐라도 달리 시도할 것인지 사이에서의 선택입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성공하는 부분이 나오면 그걸 확대·반복하면 되겠지요. 다양한 경험의 누적이란 측면에서는 실패하는 부분도 필요합니다.
주요 사안인 독점과 전관 관련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주택의 공급주체로 민간건설사업자를 추가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공공직접시행(LH 단독)'과 '민간참여 공동시행(민간+LH 공동사업자)' 방식에 더해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을 추가합니다. 이를 통해 LH와 민간 중 우수한 사업자가 더 많은 주택물량을 공급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합니다. 일종의 민영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입니다만 그간 다른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민영화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에 개방되는 부분이 정확히 해당 분야 전체의 경쟁력 강화 또는 사회적 이익(효용)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민간에게 사업참여요인으로 인센티브를 크게 부여하면 특혜시비로 연결되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참여업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이라는 부분에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맡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민간에게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주택을 만들라거나, 동일 품질의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한계가 명확합니다.
일단 공공주택시장이 개방되면 지금도 공공아파트 시공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시장진출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건설시장이 더욱 또는 장기간 악화된다면 그만큼 건설사들의 참여유인은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전관에 대한 규제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물론 카르텔을 제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타당한 조치입니다. 전관의 영향력이 시장질서를 해질만큼 크다면 공공에서 규제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단순히 'No 전관'이란 식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전관의 취업을 규제하고 이들이 재취업한 회사는 입찰에서 배제한다는 방침도 실효성이 낮습니다. 단순히 퇴직자를 인력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논리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업무역량 등이 부족하면서도 단순히 전관이라는 것을 방패로 삼아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부의 폐해를 척결하면서도, 전문성과 경험역량은 충분하지만 연령제한이나 이직 등의 사유로 퇴직한 인력들을 관련 업계에서 사장시키지 않는 방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취업한 전관에게 허용되는 것과 금지되는 행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윤리규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참고로 우리 사회는 이미 '청탁금지법'이라는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정부가 최근 발표한 LH관련 대책은 후자인 부실시공에 관한 것입니다. 개혁안으로 제시된 'LH 혁신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은 부실시공 재발방지의 관건으로 '독점'과 '전관'을 지목하면서 경쟁체제의 구축을 추가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투명성·전문성·효율성·책임소재를 높이고 명확히 한다는 것입니다. 범위는 주택공급·사업발주 방식, 감리제도, 건설산업 시스템까지 포함합니다.
100%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없는 사안이기에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합니다. 이런 류의 사안은 종종 양자택일의 선택이 요구됩니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많지만 한번에 해결할 획기적인 방안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 뭐라도 달리 시도할 것인지 사이에서의 선택입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성공하는 부분이 나오면 그걸 확대·반복하면 되겠지요. 다양한 경험의 누적이란 측면에서는 실패하는 부분도 필요합니다.
주요 사안인 독점과 전관 관련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주택의 공급주체로 민간건설사업자를 추가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공공직접시행(LH 단독)'과 '민간참여 공동시행(민간+LH 공동사업자)' 방식에 더해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을 추가합니다. 이를 통해 LH와 민간 중 우수한 사업자가 더 많은 주택물량을 공급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합니다. 일종의 민영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입니다만 그간 다른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민영화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에 개방되는 부분이 정확히 해당 분야 전체의 경쟁력 강화 또는 사회적 이익(효용)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민간에게 사업참여요인으로 인센티브를 크게 부여하면 특혜시비로 연결되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참여업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이라는 부분에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맡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민간에게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주택을 만들라거나, 동일 품질의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한계가 명확합니다.
일단 공공주택시장이 개방되면 지금도 공공아파트 시공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시장진출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건설시장이 더욱 또는 장기간 악화된다면 그만큼 건설사들의 참여유인은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전관에 대한 규제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물론 카르텔을 제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타당한 조치입니다. 전관의 영향력이 시장질서를 해질만큼 크다면 공공에서 규제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단순히 'No 전관'이란 식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전관의 취업을 규제하고 이들이 재취업한 회사는 입찰에서 배제한다는 방침도 실효성이 낮습니다. 단순히 퇴직자를 인력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논리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업무역량 등이 부족하면서도 단순히 전관이라는 것을 방패로 삼아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부의 폐해를 척결하면서도, 전문성과 경험역량은 충분하지만 연령제한이나 이직 등의 사유로 퇴직한 인력들을 관련 업계에서 사장시키지 않는 방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취업한 전관에게 허용되는 것과 금지되는 행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윤리규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참고로 우리 사회는 이미 '청탁금지법'이라는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