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된 김도원 학생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된 김도원 학생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대학교 2학년 때 낙상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연세대학교 학생이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최근 이 학생을 기리기 위한 연세대 측의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도원 씨(24)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좌우), 췌장을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4월 지인을 만나고 귀가하던 중, 낙상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남아 곁에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김씨의 꿈 중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학도였기에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그 꿈을 이뤄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밝고 무엇이든 도전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 가정이나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학생 시절부터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학습 기부도 해왔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관현악단 단원으로 지역사회에 문화 봉사활동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독도 관련 동호회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했다. 이외에도 바이러스 관련 의학도 또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자 공부도 열심히 해온 학생이었다.

김씨는 2019년에 연세대에 입학한 지 2년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이런 김씨를 위해 지난 12일 연세대 공과대 학장실에서는 '故 김도원 학생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 투병 중 14일 동안 하루에 2번 10분간의 만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그때 아들이 전해준 따뜻한 손의 온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그 온기를 잊지 않고, 이웃과 사회에 전달하며 너의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살게"라며 "도원아, 네가 언젠가 엄마에게 노래방에서 불러주었던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 '여행'의 '날아다니는 새처럼 난 자유롭게 fly fly' 가사같이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롭게 날아가렴"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이를 살리고 떠난 김씨를 위해 연세대에서 명예졸업 증서를 수여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선한 영향력을 확산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한편 김씨의 사망 이후 유가족은 30개월여의 긴 소송 끝에 2심 재판부로부터 "낙상 사고의 원인과 관련, 관할 지자체는 영조물 설치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고도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