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맥주처럼…라면도 아무거나 3묶음에 9900원 '파격'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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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결정권'을 소비자 결정에 맡기는
'파격 마케팅' 선보여
제조사와 협업, "쿠팡과 다른 길 간다"
'파격 마케팅' 선보여
제조사와 협업, "쿠팡과 다른 길 간다"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4입 7800원), 농심 신라면 블랙(4입 6150원), 오뚜기 진짬뽕(4입 6180원)…. 일명 고가 라면 ‘3대장’이다. 셋을 모두 ‘정상가’에 사면 2만130원이다. 선뜻 쇼핑 카트에 담기 부담스러운 제품들이다. 이런 이유로 라면 시장은 신라면, 진라면 등 입에 익은 ‘베스트 셀러’가 ‘스테디셀러’까지 차지했다.
이마트가 최근 라면의 구매 습관을 바꾸기 위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어떤 브랜드건 상관없이 9900원에 소비자 마음대로 3개(4~5개입 기준)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고가 라면 3대장을 한꺼번에 사도 9900원이다. 이 경우 할인율은 50.8%다.
5000원 이상 고가 라면 매출 비중이 평소 5% 수준에서 행사 기간 35% 수준까지 증가한 점도 이례적이다. ‘더미식’이라는 브랜드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하림의 김홍국 회장이 최근 더미식 라면 판매 증가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마트의 이번 할인 마케팅은 기존의 행사 공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는 ‘2+1’이다. 특정 브랜드를 2개 이상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마케팅이다. 소비자로선 다량 구매의 대가로 50% 할인율을 적용받는 구조다.
이마트가 1993년 창동에 1호점을 연 이래 30년간 지속된 마케팅 기법이다. ‘2+1’ 마케팅은 대상과 방식 모두 공급자인 이마트가 결정한다. 이 같은 할인 방식의 최대 수혜자는 신라면과 진라면 등 평소 잘 팔리는 상품이다.
쇼핑 트렌드를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마트는 내년 초 해외 기업과 콜라보(협업)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주류를 포함한 식음료 분야의 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납품 제조사와의 협업이 이마트의 최대 경쟁력”이라며 “국내외 주요 기업과 손잡고 이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본원 경쟁력 회복’을 내걸고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을 통합한 상품 조달 조직을 신설했다. 일각에선 쿠팡처럼 이마트가 식음료 대기업 등 납품사와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쿠팡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라면 행사에 적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납품 가격에 대한 압박 없이 소비자 선택을 통해, 라면 제조사들을 경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9900원 행사가 끝난 이후(4~12)에도 평소 안 팔리던 브랜드의 라면이 계속 잘 나갔다. 상위 5개 품목을 제외한 라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60%로 행사 이전(53%)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박은혜 이마트 라면 바이어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팔리면서 이마트의 라면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다시 한번 9900원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이마트가 최근 라면의 구매 습관을 바꾸기 위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어떤 브랜드건 상관없이 9900원에 소비자 마음대로 3개(4~5개입 기준)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고가 라면 3대장을 한꺼번에 사도 9900원이다. 이 경우 할인율은 50.8%다.
김홍국 하림 회장 ‘회심의 미소’…이유 있었네
어떤 브랜드를 싸게 살지, 총 할인율은 얼마인지 등 ‘할인 결정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준 셈인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행사 이틀간 이마트 전체 매장의 라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의 신장률을 기록했다.5000원 이상 고가 라면 매출 비중이 평소 5% 수준에서 행사 기간 35% 수준까지 증가한 점도 이례적이다. ‘더미식’이라는 브랜드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하림의 김홍국 회장이 최근 더미식 라면 판매 증가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마트의 이번 할인 마케팅은 기존의 행사 공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는 ‘2+1’이다. 특정 브랜드를 2개 이상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마케팅이다. 소비자로선 다량 구매의 대가로 50% 할인율을 적용받는 구조다.
이마트가 1993년 창동에 1호점을 연 이래 30년간 지속된 마케팅 기법이다. ‘2+1’ 마케팅은 대상과 방식 모두 공급자인 이마트가 결정한다. 이 같은 할인 방식의 최대 수혜자는 신라면과 진라면 등 평소 잘 팔리는 상품이다.
"국내외 제조사와 협업 상품 잇따라 선보일 것"
한채양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이마트는 상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 등 e커머스에 빼앗긴 쇼핑 트렌드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획·관리 전문가인 한 대표는 상품 본부에 “일일이 CEO에게 보고할 필요 없이 마음껏 일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쇼핑 트렌드를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마트는 내년 초 해외 기업과 콜라보(협업)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주류를 포함한 식음료 분야의 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납품 제조사와의 협업이 이마트의 최대 경쟁력”이라며 “국내외 주요 기업과 손잡고 이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본원 경쟁력 회복’을 내걸고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을 통합한 상품 조달 조직을 신설했다. 일각에선 쿠팡처럼 이마트가 식음료 대기업 등 납품사와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쿠팡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라면 행사에 적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납품 가격에 대한 압박 없이 소비자 선택을 통해, 라면 제조사들을 경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9900원 행사가 끝난 이후(4~12)에도 평소 안 팔리던 브랜드의 라면이 계속 잘 나갔다. 상위 5개 품목을 제외한 라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60%로 행사 이전(53%)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박은혜 이마트 라면 바이어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팔리면서 이마트의 라면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다시 한번 9900원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