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돈키호테, '보이지 않는 손'과 싸워 못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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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내내 고물가, 조급한 정부
빵·우유사무관, '1일 점검' 과욕
그래도 11월 가공식품가격 급등
'물가 정공법 3종 세트' 가동해야
원활 수급, 선진 유통망, 유연 세제
거친 개입, '자유정부' 평판만 해칠 것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빵·우유사무관, '1일 점검' 과욕
그래도 11월 가공식품가격 급등
'물가 정공법 3종 세트' 가동해야
원활 수급, 선진 유통망, 유연 세제
거친 개입, '자유정부' 평판만 해칠 것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저성장에 빠져들면 모든 경제 주체가 힘들다. 디지털경제와 인공지능(AI) 혁명 전환기에는 더 그렇다. 산업 간, 기업 간, 가계들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경제성장률이 나라 경제 상황의 평균치이니 산업 격변기 곳곳의 양극화는 비켜가기 어려운 난제다. 역설적으로 양극화라도 있기에 마이너스 성장은 면한다. 연중 내내 계속된 고물가는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빚어지는 어려운 과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적 변수에다 수년간 과도하게 올린 최저임금과 양대 노총에 끌려다니며 만들어진 고임금 구조 같은 근본 요인은 이전부터 누적돼 왔다.
올해를 돌아보면 정부의 최대 고민과 애로는 고물가 대처였을 것이다. 노동·연금·교육을 개혁 대상이라고 1년 반째 외쳐왔지만 정작 그 방면에서는 그다지 많은 노력이 안 보였다. 연초의 물가 대책에서는 ‘추경호 경제팀장’ 행보가 역시 주목을 끌었다. “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 올리나”는 그의 압박은 경제정책사에 오래 남을 것이다. 소주회사 맥주회사가 즉각 몸을 사리면서 정부 눈치를 살폈던 게 지난 2, 3월이다. 물론 잠시였다. 총체적 인플레이션 우려가 넘치던 판에 그렇게 쉽게 잡힐 물가가 아니었다. 그때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섰고, 은행 금리를 문제 삼은 금융감독원까지 3총사가 ‘맹활약’했다. 하지만 ‘자유 정부의 거친 가격 개입’ ‘해묵은 관치’라는 평가나 남겼을 뿐 고물가는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연말이 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면에 나섰다. 물가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라며 9개를 정해 ‘빵사무관’ ‘우유사무관’ ‘커피사무관’ 등을 배치했다. 의욕은 충만하지만 조롱거리로 끝날 공산이 다분하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가공식품부문’은 5% 넘게 올랐다. 농식품부는 뭐라고 할까. “우리가 관리했으니 이 정도에 그쳤다”고 할까. “그래도 우리는 간다”라며 거듭 전의를 다질까. 어느 쪽이든 틀렸다. 연초 추 부총리가 라면값 때리기, 술값 때리기에 나섰을 때처럼 업계는 ‘당분간’ 호응할지 모른다. 담당자까지 정하고 말 그대로 매일 점검하고 닦달해대면 이번엔 조금 더 갈지 모른다. 큰 주먹을 휘두르는 정부에 다수가 일시적으로 좋아할 수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수의 전문가들 걱정은 깊어질 것이다.
“정부는 뭐 하냐”는 여론에 곤혹스러운 정부의 고충은 짐작된다. 아무 데나 쉽게 개입하려는 정부의 간섭본능을 최대한 막는 것이 언론의 본업일진대, 한국의 많은 언론 매체는 늘 정부를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는 뭐 하고 있나’ ‘대책 마련하라’는 정부만능주의 여론이 규제천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규제 철폐를 외친다.
시간이 걸려도 고물가 대책은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민주정부, 선진행정이다. 물가 정책의 3종 정석 세트는 수급·유통망·세제다. 원활한 시장 수급체계, 선진 유통구조, 유연한 세정이 중요하다. 가격 형성의 본질인 수요와 공급이 매끄럽게 이뤄지게 하고, 농수축협의 풀가동을 포함한 물류망 개선과 사재기 단속도 필요하다. 수입 의존이 계속 높아지니 적절한 할당관세 운용도 도움 된다. 업계가 요구해온 공급 관련 묵은 규제를 이럴 때 대거 풀면 일석이조다.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단위로 운용해온 것은 기본에 충실한 대처였다.
설탕사무관 밀가루사무관은 이런 3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석달천하로 끝난 ‘MB(이명박)정부 기름값 잡기’ 아류에 그칠 수 있다. 그제 비상경제장관회의도 기업에 겁만 잔뜩 줬을 뿐 정석 대책은 안 보였다. 큰 반면교사는 스물 몇 번이나 남발한 문재인 정부의 집값 대책일 것이다. 글로벌 초저금리라는 주된 요인을 잘 설명하고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렸으면 그렇게까지 비판받고 조롱받을 일이 아니었다. 결국 ‘집값만큼은 잡겠다’고 장담한 대통령까지 돈키호테로 만든 채 정책은 파탄 났다.
전담 사무관까지 배치하고 1일 점검체제에 들어간 농식품부에 대해 기재부도 내심 마뜩잖아 한다고 한다. 옆에서 봐도 조금 과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제지를 하지 않는다면 정부 내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 추경호 경제팀장의 관심이 총선판에 간 사이 벌어질 농식품부의 ‘활약’이 우려된다. 돈키호테는 ‘보이지 않는 손’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올해를 돌아보면 정부의 최대 고민과 애로는 고물가 대처였을 것이다. 노동·연금·교육을 개혁 대상이라고 1년 반째 외쳐왔지만 정작 그 방면에서는 그다지 많은 노력이 안 보였다. 연초의 물가 대책에서는 ‘추경호 경제팀장’ 행보가 역시 주목을 끌었다. “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 올리나”는 그의 압박은 경제정책사에 오래 남을 것이다. 소주회사 맥주회사가 즉각 몸을 사리면서 정부 눈치를 살폈던 게 지난 2, 3월이다. 물론 잠시였다. 총체적 인플레이션 우려가 넘치던 판에 그렇게 쉽게 잡힐 물가가 아니었다. 그때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섰고, 은행 금리를 문제 삼은 금융감독원까지 3총사가 ‘맹활약’했다. 하지만 ‘자유 정부의 거친 가격 개입’ ‘해묵은 관치’라는 평가나 남겼을 뿐 고물가는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연말이 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면에 나섰다. 물가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라며 9개를 정해 ‘빵사무관’ ‘우유사무관’ ‘커피사무관’ 등을 배치했다. 의욕은 충만하지만 조롱거리로 끝날 공산이 다분하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가공식품부문’은 5% 넘게 올랐다. 농식품부는 뭐라고 할까. “우리가 관리했으니 이 정도에 그쳤다”고 할까. “그래도 우리는 간다”라며 거듭 전의를 다질까. 어느 쪽이든 틀렸다. 연초 추 부총리가 라면값 때리기, 술값 때리기에 나섰을 때처럼 업계는 ‘당분간’ 호응할지 모른다. 담당자까지 정하고 말 그대로 매일 점검하고 닦달해대면 이번엔 조금 더 갈지 모른다. 큰 주먹을 휘두르는 정부에 다수가 일시적으로 좋아할 수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수의 전문가들 걱정은 깊어질 것이다.
“정부는 뭐 하냐”는 여론에 곤혹스러운 정부의 고충은 짐작된다. 아무 데나 쉽게 개입하려는 정부의 간섭본능을 최대한 막는 것이 언론의 본업일진대, 한국의 많은 언론 매체는 늘 정부를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는 뭐 하고 있나’ ‘대책 마련하라’는 정부만능주의 여론이 규제천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규제 철폐를 외친다.
시간이 걸려도 고물가 대책은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민주정부, 선진행정이다. 물가 정책의 3종 정석 세트는 수급·유통망·세제다. 원활한 시장 수급체계, 선진 유통구조, 유연한 세정이 중요하다. 가격 형성의 본질인 수요와 공급이 매끄럽게 이뤄지게 하고, 농수축협의 풀가동을 포함한 물류망 개선과 사재기 단속도 필요하다. 수입 의존이 계속 높아지니 적절한 할당관세 운용도 도움 된다. 업계가 요구해온 공급 관련 묵은 규제를 이럴 때 대거 풀면 일석이조다.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단위로 운용해온 것은 기본에 충실한 대처였다.
설탕사무관 밀가루사무관은 이런 3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석달천하로 끝난 ‘MB(이명박)정부 기름값 잡기’ 아류에 그칠 수 있다. 그제 비상경제장관회의도 기업에 겁만 잔뜩 줬을 뿐 정석 대책은 안 보였다. 큰 반면교사는 스물 몇 번이나 남발한 문재인 정부의 집값 대책일 것이다. 글로벌 초저금리라는 주된 요인을 잘 설명하고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렸으면 그렇게까지 비판받고 조롱받을 일이 아니었다. 결국 ‘집값만큼은 잡겠다’고 장담한 대통령까지 돈키호테로 만든 채 정책은 파탄 났다.
전담 사무관까지 배치하고 1일 점검체제에 들어간 농식품부에 대해 기재부도 내심 마뜩잖아 한다고 한다. 옆에서 봐도 조금 과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제지를 하지 않는다면 정부 내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 추경호 경제팀장의 관심이 총선판에 간 사이 벌어질 농식품부의 ‘활약’이 우려된다. 돈키호테는 ‘보이지 않는 손’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