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류업계 ‘머니볼’로 불리는 데이터제공업체 아그리스탯츠가 시장 독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그리스탯츠는 2016년부터 월마트와 맥도날드, 미국 식품 유통업체 크로거, 농산물 중개업체 카길 등으로부터 100건이 넘는 소송을 당했다. 1985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된 아그리스탯츠는 육가공업체에 통계 정보를 제공한다. 통계 기법을 활용해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20연승으로 이끈 단장 빌리 빈을 다룬 영화 ‘머니볼’에 빗대 ‘육류업계의 머니볼’로 불린다. 한 양계업체는 수도료 등 고정비용이 너무 높고, 닭 가공 과정에서 남는 살이 너무 많다는 아그리스탯츠 조언을 수용해 연간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절감했다.

아그리스탯츠는 고객사들에 육류 사육·도축·가공 및 판매 등에 대한 데이터를 망라해 6종의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를 받아보려는 기업은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내고, 자사 데이터를 아그리스탯츠에 제공해야 한다. 한때 미국 닭고기산업의 97%, 돼지고기 가공업체의 80%가 아그리스탯츠의 보고서를 받아봤다.

아그리스탯츠가 여러 기업으로부터 줄소송을 당한 것은 일부 육가공업체가 아그리스탯츠 정보를 이용해 경쟁사 정보를 불법 취득하고, 높은 수익을 얻고 있어서다. 원고 측은 아그리스탯츠가 제공하는 산란계(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 수 등의 데이터를 통해 타사의 미래 생산량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그리스탯츠의 보고서에는 공장 이름이나 위치가 표기돼 있지 않다. 다만 원고 측은 보고서에 나온 정보를 개별 기업의 분기별 증권신고서 등과 교차분석하면 어떤 기업인지 식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