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은 당내 을지로위원회가 ‘을(乙) 협상력 강화’를 명분으로 연내 처리를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 모두 현행 경쟁법 체계와 가맹사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사실상 ‘담합 합법화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법도 특수한 경우에는 공동 연구개발과 같은 연성담합을 일부 허용해준다. 하지만 가격 인상 같은 경성담합은 엄격히 제한된다.

개정안은 조합의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이면 경성담합 행위를 전면 허용한다. 50% 이상이어도 중간 사업자가 아니라 ‘최종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경성담합이 가능하다.

예컨대 경기지역의 레미콘 업체들이 모인 협동조합이 중간재 사업자인 시멘트 업체를 상대로 ‘공동행위’라는 명분으로 담합해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 등의 조건을 걸어 경성담합을 허용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공급 가격에 제때 반영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여주자는 취지지만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조합의 협상 대상이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인 경우가 많아서다. 이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가격 인상에 따른 피해를 또 다른 중소·중견기업이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을’을 보호하려다 ‘을과 을의 싸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나와 “위탁 기업이 중소기업일 확률이 높다”며 “수탁 중소기업들이 담합해 가격 인상을 해도 위탁 중소기업은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행 경쟁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은 가격 인상 등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성담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경쟁법은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이익 보호가 목적”이라며 “경쟁자를 보호하겠다며 담합을 허용한다는 건 이 같은 경쟁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격 담합에 따른 중간재 비용 상승이 누적되다 보면 그 부담이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민주당이 정무위원회에서 일방 처리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가맹점주를 대표해 가맹본부와 거래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가 수수료를 내고 본부의 시스템을 활용해 사업하는 가맹 사업의 본질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치킨노조 설립법’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현행법은 가맹점주들의 집단교섭권은 인정되지만 가맹본부가 응할 의무는 없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균형 발전한다’는 법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재영/전범진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