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신약서 쓴맛 본 한미약품, 비만약으로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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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후보물질 개발 나서면서 두달동안 22% 상승
화려한 기술수출 이후엔…권리반환‧개발중단 아픔도
R&D 노하우 활용한 복합제‧개량신약 수익성 앞서가 한미약품이 또 다시 신약 모멘텀으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당뇨약 후보물질이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비만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주목되면서입니다. 한미약품은 한때 수조원대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터뜨리기도 했지만, 상당수 기술이 반환됐습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아직까지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뿐입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활용한 개량신약을 개발‧판매하면서 탄탄한 이익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이었습니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한 여러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사들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두 권리가 반환한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당뇨병약 인슐린을 개발한 사노피는 후속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낙점했지만, 항암제 R&D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결국 권리를 반환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쳤는데도 말이죠. 권리를 반환한 뒤에는 학회에서 해당 임상시험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임상 결과 자료를 넘겨받아 독자 개발을 해오다가 개발 방향을 비만 치료제로 바꿨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3상을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주목받는 비만약 개발에 나서면서 한미약품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12월 들어 한미약품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한 증권사가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DS투자증권 등 다섯곳에 달합니다.
다른 하나는 레이저티닙과 같은 계열의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으로, 현재는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무티닙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조건부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이 약물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도 권리를 반환했고요.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다국적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선두주자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무티닙뿐만 아니라 기술수출된 파이프라인들 상당수의 권리가 반환됐습니다.
물론 권리가 반환된 후보물질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9년 얀센으로부터 당뇨 치료 후보물질 에피노페그튜타이드의 권리를 반환받은 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MSD에 약 1조원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한 바 있습니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국내 전통제약사 5곳의 최근 5년 동안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20년을 제외하면 한미약품이 가장 높습니다. 2021년과 작년에는 한미약품만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한미약품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할 수 있는 배경은 R&D 노하우입니다. 신약 개발에서 시련을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복제약 분야에 적용한 겁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한꺼번에 여러 개 알약을 삼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미약품은 여러 개 치료성분을 합친 복합제와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신약 개발을 선도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복합제와 개량신약은 한미약품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한미약품의 매출액에서 제품 매출 비중은 91.52%에 달합니다. 다른 회사가 만든 약을 판매한 상품 매출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경쟁사들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비만약 후보물질 개발 나서면서 두달동안 22% 상승
화려한 기술수출 이후엔…권리반환‧개발중단 아픔도
R&D 노하우 활용한 복합제‧개량신약 수익성 앞서가 한미약품이 또 다시 신약 모멘텀으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당뇨약 후보물질이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비만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주목되면서입니다. 한미약품은 한때 수조원대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터뜨리기도 했지만, 상당수 기술이 반환됐습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아직까지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뿐입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활용한 개량신약을 개발‧판매하면서 탄탄한 이익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만약 개발 기대감에…두달만에 22%↑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미약품은 1.22% 상승한 3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0월20일의 27만3000원을 저점으로, 두달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21.97% 올랐습니다. 주가 랠리를 만든 모멘텀은 비만 치료제입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내놓은 비만 치료제가 공급이 달릴 만큼 큰 인기를 끌면서 한미약품이 보유한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겁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성분의 약물입니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과 같은 계열입니다.에페글레나타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이었습니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한 여러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사들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두 권리가 반환한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당뇨병약 인슐린을 개발한 사노피는 후속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낙점했지만, 항암제 R&D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결국 권리를 반환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쳤는데도 말이죠. 권리를 반환한 뒤에는 학회에서 해당 임상시험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임상 결과 자료를 넘겨받아 독자 개발을 해오다가 개발 방향을 비만 치료제로 바꿨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3상을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주목받는 비만약 개발에 나서면서 한미약품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12월 들어 한미약품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한 증권사가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DS투자증권 등 다섯곳에 달합니다.
기술수출 이력 화려하지만…신약 성공 사례는 롤론티스 하나 뿐
하지만 비만약 개발 가능성만 믿고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하기엔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신약 개발 성공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37개의 신약 중 한미약품이 개발한 건 두 개뿐입니다. 그나마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약은 항암제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롤론티스 뿐입니다.다른 하나는 레이저티닙과 같은 계열의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으로, 현재는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무티닙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조건부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이 약물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도 권리를 반환했고요.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다국적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선두주자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무티닙뿐만 아니라 기술수출된 파이프라인들 상당수의 권리가 반환됐습니다.
물론 권리가 반환된 후보물질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9년 얀센으로부터 당뇨 치료 후보물질 에피노페그튜타이드의 권리를 반환받은 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MSD에 약 1조원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한 바 있습니다.
R&D 투자로 쌓인 노하우 활용한 복합제‧개량신약으로 수익성 높여
한미약품의 R&D 기술력을 폄하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신약 R&D에서 수차례 쓴맛을 보고도 생존해 있다는 자체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한미약품은 생존을 넘어 전통 제약업계 안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기까지 합니다. 신약 개발에 계속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겁니다.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국내 전통제약사 5곳의 최근 5년 동안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20년을 제외하면 한미약품이 가장 높습니다. 2021년과 작년에는 한미약품만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한미약품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할 수 있는 배경은 R&D 노하우입니다. 신약 개발에서 시련을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복제약 분야에 적용한 겁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한꺼번에 여러 개 알약을 삼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미약품은 여러 개 치료성분을 합친 복합제와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신약 개발을 선도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복합제와 개량신약은 한미약품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한미약품의 매출액에서 제품 매출 비중은 91.52%에 달합니다. 다른 회사가 만든 약을 판매한 상품 매출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경쟁사들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