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금융감독원이 은행과 보험사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을 때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 나왔다.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이 별도의 규정이나 근거는 물론, 급여조차 지급하지 않고 피감기관인 은행과 보험사 등에서 자유롭게 인력을 파견받는 것이 갑질 논란 및 이해충돌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번주내로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기관 등에 임직원 파견을 요청할 때 금융위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금감원이 분기별로 국회에 파견 직원들의 숫자, 임기 등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조항도 포함됐다.
8월말 기준 금융감독원 내 외부 기관 직원 파견 현황. 김한규 의원실 제공
8월말 기준 금융감독원 내 외부 기관 직원 파견 현황. 김한규 의원실 제공
현행 금융위법에 따라 금감원장은 직무수행상 필요가 인정될 때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금융위법은 직원 파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금감원은 법을 폭넓게 해석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민간 금융사에서 총 51명(지난 8월말 기준)의 직원을 파견받고 있다. 이 가운데 총 30명이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 출신이다. 금감원으로 파견된 직원의 보수는 전액 기존 소속 기관에서 지급한다.
정치권에서는 민간 금융사들이 금감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검사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에 파견된 직원이 어떤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제도가 없어 이해충돌로 이어지더라도 방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사의 사실상 모든 활동을 검사 및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금감원의 협조 요청에는 전적으로 호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김한규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김 의원은 “8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 2명, 기업은행 3명, 삼성화재 2명을 비롯해 삼성생명·삼성증권·신한은행·하나은행·카카오뱅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직원을 보내고 있다”며 “정작 금융 정책의 총괄부처인 금융위에는 민간 기업 파견 직원들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파견 요청을 피감기관인 금융사는 물론,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견 필요성을 판단할 권한이 금감원장 스스로에게 있고, 요청 범위도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관계 기관’으로 사실상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얼마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런던으로 기업홍보(IR) 행사를 다녀왔을 때도 금감원이 공문도 아닌 전화 한통으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냈다”며 “규정의 모호함을 활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