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ECB와 BOE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을 따라 유럽 등 선진국이 내년부터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시점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英·ECB도 금리동결…인하 가능성은 언급 안해
BOE는 14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OE 통화정책위원 9명 중 6명이 동결, 3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BOE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기준금리를 14회 연속 올렸으며 9월부터 세 차례 동결했다. ECB 역시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연 4.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연 4.0%와 연 4.75%로 유지했다.

다만 BOE는 시장 예상과는 달리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연이은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올해 1월 10% 이상에서 10월 4.6%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내년에 세 번 이상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한 Fed와 대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BOE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없었다”며 “BOE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미국과 유로존에 비해서 더 오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CB는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 일시적으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내려가 2025년에는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시간이 아니라 경제지표에 의존해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