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인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만학도가 장학금 받는 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이냐'는 한 대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최근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 늦은 나이 대학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았다가 젊은 학생들의 눈총을 받았다는 글을 봤다"며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사건이 생겼다"고 적었다.
이 작성자는 "우리 대학 어느 학과에 어머니와 같이 입학한 신입생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부럽고 좋아보였다. 모녀가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앉아있는 모습을 다들 처음에는 좋게 봤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딸 혼자만 다니길래 물어봤더니 어머니가 휴학하셨다고 했다"며 "(알고 보니) 학과에서 어머니께 '특별 장학금'을 줬고 이게 성적과 관계 없이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에게 주는 취지로 알고 있다. 이 장학금을 만학도 어머니가 받았는데 이 소식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다들 모녀를 피했다"고 했다. 그는 "딸의 학교 생활에 방해될까봐 어머니가 휴학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개인적으로는 그 어머니가 어린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았다기보다는 나이와 상관 없이 도전하고 열심히 한다는 데 주목했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과 선배들은 생각이 달랐다"면서 "어차피 졸업해도 나이 때문에 취업이 잘 안 될텐데 장학금은 만학도가 아닌 어린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는게 맞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꼭 그렇게까지 손가락질을 해야할까 싶다. 입학식 때 듣기를 그 어머니께선 취업 생각은 없고 대학을 한 번도 안 다녀본 터라 이왕 다닐 것 딸과 함께 공부하면 재밌을 것 같아 입학했다더라"며 "성적으로 받는 일반 장학금이 아니라 특별 장학금인데 기회를 빼앗았다고 볼 수 있나"라고 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만학도라고 해서 장학금 받는 데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만학도가 받은 게 성적 장학금이면 팔팔한 20대들은 부끄러워해야 되는거 아닌가"라며 "억울하면 만학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을 성적을 따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공부 열심히 했는데 나이많다고 누락하고, 놀았지만 어리다고 장려금 주면 그건 장학금이 아니라 용돈"이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 "대학이 20대의 전유물도 아닌데 눈치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애초에 만학도가 받은 기회로 내 기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하지만 늦깎이 대학생의 장학금 수령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어느 누리꾼은 "성적순으로 주는 장학금이었다든가, 만학도 전용 장학금이었다든가 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예를 들어 젊은 학생들을 포함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장학금'에서 성적이나 형편 등의 이유가 아니고 '만학도'이기 때문에 해당 장학금을 취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어린 학생들이 뒷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형편이 어렵거나 취업을 앞둔 젊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양보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