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서 빠져 소형주 사재기…"조정 임박, 하락폭은 제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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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목요일>
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과 달리 굉장히 비둘기파적이었습니다. 점도표에서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은 내년 세 차례 인하 방침을 제시했고, 19명 중 11명이 세 차례 이상의 인하를 점쳤죠. 또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최근 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 등 금융여건 완화에 대해 "장기적으로 본다", 즉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Fed의 두 가지 책무(물가 안정, 최대 고용)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반박할 것으로 봤던 Fed가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하자, 월가는 일제히 내년 금리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기준금리를 더 많이, 더 빨리 내릴 것이란 것이죠.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입니다. 기존에 금리 인하가 내년 3분기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내년 3월부터 내릴 것이라고 수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내년 말 2.1%까지 둔화되어 Fed 목표(2%)를 충족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로 되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FOMC가 더 일찍 더 빠르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Fed가 내년 3월, 5월, 6월에 세 번 연속 25bp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어서 분기마다 한 번씩 더 낮춰서 최종금리가 이전 예상보다 25bp 낮은 3.25~3.5%가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이후 금융여건의 대규모 완화가 지속할 것으로 더 확신한다. 이를 경제 예측에 더 많이 반영해서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은 2%로 바꾼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의 약 두 배이고 FOMC가 점도표에서 예측한 1.4%보다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FOMC가 추가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책 완화를 위해 충분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낸 가운데, 이제 우리는 내년 6월(이전 7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내다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bp 낮출 것으로 예상을 바꾼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내년 7월에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한 달 앞당기고 기존 100bp인하 예상을 125bp로 확대한 것입니다. 소시에떼 제너럴과 ING는 Fed가 내년 5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모두 150bp 내릴 것으로 예상했고요. 소시에떼 제너렐은 3월부터 내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6월 금리 인하를 시작, 총 6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르면 3월 초 금리 인하가 이뤄질 위험이 커졌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조기 정책 완화를 실시하면 연착륙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당초 내년에 Fed가 12월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가, 6월부터 세 번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을 고쳤습니다.
이러다보니 시카고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에 77% 확률로 베팅했고, 내년에 기준금리가 최대 160bp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좀 보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FOMC는 어제까지 세 번 연속 금리 인상을 자제했고 향후 몇 달간 추가 긴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로 회복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당분간 완화 정책을 자제할 것"이라며 내년 6월에 처음 인하할 것이란 관측을 유지했습니다.
UBS도 "시장이 너무 빠른 속도의 인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 사례에서 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2024년 중반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7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오늘 아침에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경우 어제 Fed와 사뭇 달랐습니다. 기준금리 동결은 같았지만, 성명서와 기자회견은 매파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 이사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를 하지 않았다.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QE) 프로그래민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원금 재투자를 내년 말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E를 마침내 끝내겠다는 것이죠.
BOE는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는데 위원 9명 중 6명이 동결, 3명은 25bp 인상 의견을 냈습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계속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결정들을 내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아예 기준금리를 25bp 높여 4.5%가 됐습니다. 은행 측은 "경제가 냉각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럽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미국보다 복잡하지만, 경제 상황도 더 어려운 만큼 내년 초면 ECB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될 것으로 여전히 예상합니다. 실제 ECB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7%에서 0.6%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는 1.0%에서 0.8%로 내렸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수익률은 (유럽과 관계없이) 어제 파월의 피벗을 재료로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아침부터 연 4%를 깨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는 소비자들이 뜨거웠던 여름 소비에서 후퇴하고 휘발유 가격이 뚝 떨어진 만큼(휘발류 가격이 내리면 실제 소비는 줄지 않아도 소매판매액 자체는 줄어들죠) 전월보다 0.1%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그것보다 훨씬 좋게 나온 것이죠. 휘발유 때문에 주유소 판매는 2.9%나 감소했는데도 강한 데이터가 나온 것입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6% 늘었고, 변동성이 큰 품목을 모두 뺀 통제 그룹(control group)의 소매판매도 0.4% 늘었습니다. 소매판매에 포함되어 있는 유일한 서비스업 카테고리인 레스토랑과 주점 매출은 1.6%나 증가해 지난 1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경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 중의 하나가 소매판매인데요. 미국 경제는 소비가 70%를 차지하고요. 그 소비 중의 40%를 정도를 대변하는 게 소매판매 데이터입니다. 소매 판매는 9월까지 예상 밖 호조를 이어오며 경기를 뒷받침해왔으나 지난 10월 7개월 만에 하락(-0.2%)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된 11월에 다시 강한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RSM은 "소비자들의 견고한 지출이 지속되면서 11월 소매판매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우울한 연휴 쇼핑 시즌 전망은 이제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간단히 말해 경기 침체가 곧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노동시장 상황을 가장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20만2000건으로 예상 22만 건, 이전 주의 22만1000건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지난 10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고요. 지속청구건수는 2만4000건 늘어난 187만6000건으로 집계됐지만 190만 건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들 지표의 수준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노동 시장이 전반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11월 수입 가격도 전달 대비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강한 데이터가 발표된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2%에서 2.6%로 크게 높였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여전히 강하고 근원 물가는 Fed 목표의 두 배 수준인데도 파월 의장이 너무 쉽게 전환하면서 음모론이 나돌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 대선을 앞두고 부담스러우니 상반기에 인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 △내년 초부터 많은 장기 국채를 찍어내야 할 재무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 △경기를 살려 (파월을 싫어하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란 설 등입니다. 라두크 트레이딩의 크레이그 샤피로 고문은 "애틀랜타 연은의 4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2.6%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려는데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음모론을 믿지 않기는 어렵다. 폭증하는 재무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낮추거나 엄청난 미실현손실에 눌린 지방은행을 구제하려는 것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강한 데이터가 나온 뒤 금리는 멈칫하기도 했지만 곧 하락세를 재개했습니다. '경기가 둔화하지 않아도 금리를 내리겠다'고 시사한 파월의 피벗이 훨씬 더 큰 영향을 준 것이죠. 결국 오후 3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2bp 하락한 3.913%에 거래됐고, 2년물은 9.5bp 떨어진 4.386%를 기록했습니다. 단기에 급락해 4% 밑으로 내려간 10년물 금리는 더 떨어질까요? 이를 놓고 신, 구 채권왕이 맞붙었습니다. '신채권왕'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Fed가 기준금리를 200bp 낮출 것이고 10년물은 낮은 3% 범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구채권왕' 빌 그로스는 "10년물 수익률이 내년에 3%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스꽝스럽다. 기준금리가 3%에 머물고 있다면 10년물은 평균 기간 프리미엄 1.1%포인트를 더해 우리가 있는 4%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더 떨어질 수는 있지만 단기에 급락했기 때문에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내년에는 수익률이 지금보다는 더 하락한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달러는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87% 하락해 101.97을 기록했습니다. Fed는 완화 전환을 시사했지만, ECB와 영란은행은 긴축을 유지한 게 하락세를 더 부추겼죠. 기술적으로 다음 지지선은 지난 6~8월 저점으로 작용했던 101.60 근처입니다.
연착륙 기대에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04% 오른 배럴당 71.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틀간 오름 폭은 4.33%에 달합니다.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의 빠른 둔화 속에 미국 경제는 잘 버티면서 별다른 경제적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요. 가장 큰 위험이 바로 Fed가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침체를 부를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Fed가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서면서 경착륙 위험이 줄어들고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는 어제 인플레이션 둔화, 연착륙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인증해줬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서 Fed나 시장과 맞서 싸우기 어렵고, 경제 측면에서 일종의 근본적 데이터의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는 현재의 낙관적인 투자심리는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좋은 분위기 속에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들어 하락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0.43%, S&P500 지수는 0.26% 올랐고 나스닥은 0.19% 상승했습니다. 3대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올랐습니다. 지수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쏟아졌습니다. 이는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소위 매그니피선트 7 주식들은 대부분 하락한 반면 에너지, 부동산, 소재, 산업, 은행 등 그동안 소외됐던 주식들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은행주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6%, 씨티은행은 5% 급등했습니다. 다우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S&P500 지수는 4700을 훌쩍 넘었죠. 시장에 큰 걱정은 없지만 지수 수준은 부담스럽습니다.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는 약 19배, 나스닥의 경우 약 26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과매수된 수준(RSI >70)에 근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는 몇몇 빅테크 주식에 의해 주도됐지요. 이런 주식들은 P/E가 거의 30배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소외됐던 싼 주식에 몰려든 것이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어제 3% 넘게 오른데 이어 오늘도 2.72%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48일전 52주 신저가에서 신고가로 뛰어 오른 겁니다. 러셀2000 지수는 16%가 금융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오늘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오늘 5.08% 뛰었고, KBW 지역 은행 지수는 4.25% 상승했습니다. 이들 지수는 최근 한 달간 20%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 3월 은행 위기 이전보다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파월의 발언은 시장 우려를 잠재웠다. 그동안 금융과 부동산이 높은 금리로 인해 가장 큰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장 크게 반등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리츠홀트 투자자문의 조시 브라운 CEO는 “지수는 이미 Fed의 전환을 반영해서 크게 올랐다. 그래서 그동안 랠리에서 소외됐던 주식 중심의 캐치업 트레이드(따라잡기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계속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찰스 슈왑은 "오늘 S&P500 지수 등은 초기 상승하다가 약간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는 시장이 기술적으로 과매수 상태이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매수를 보면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확신하는 패턴이 발견된다. 이른바 거대기술주에서 금융, 부동산, 유틸리티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으로의 순환매가 명백히 나타난다. 이는 기술적 면에서 시장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는 약간 과매수되었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명 투자자인 마크 미네르비니는 "오늘 아침에 레나(LEN), DR호튼(DHI) 등을 큰 이익을 내고 팔았다. 더 이익이 날 수도 있지만 확실한 이익을 챙기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또 과매수된, 이익이 난 다른 주식 일부도 조금 덜어냈다. 시장은 많은 주식과 함께 지나치게 올랐다. 조정이 임박했다. 여기서 지수가 더 오르면 더 매도할 것이다. 지수는 정말 과매수되어 있고 투자자 심리는 지나치게 강세론으로 기울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조정을 불러) 상승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세의 신호다. 유리한 계절성과 최근 Fed의 비둘기파적 전환은 시장의 바닥을 제공할 것이다. S&P500지수의 하락폭은 3~6%로 억제되어야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과 달리 굉장히 비둘기파적이었습니다. 점도표에서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은 내년 세 차례 인하 방침을 제시했고, 19명 중 11명이 세 차례 이상의 인하를 점쳤죠. 또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최근 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 등 금융여건 완화에 대해 "장기적으로 본다", 즉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Fed의 두 가지 책무(물가 안정, 최대 고용)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반박할 것으로 봤던 Fed가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하자, 월가는 일제히 내년 금리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기준금리를 더 많이, 더 빨리 내릴 것이란 것이죠.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입니다. 기존에 금리 인하가 내년 3분기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내년 3월부터 내릴 것이라고 수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내년 말 2.1%까지 둔화되어 Fed 목표(2%)를 충족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로 되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FOMC가 더 일찍 더 빠르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Fed가 내년 3월, 5월, 6월에 세 번 연속 25bp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어서 분기마다 한 번씩 더 낮춰서 최종금리가 이전 예상보다 25bp 낮은 3.25~3.5%가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이후 금융여건의 대규모 완화가 지속할 것으로 더 확신한다. 이를 경제 예측에 더 많이 반영해서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은 2%로 바꾼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의 약 두 배이고 FOMC가 점도표에서 예측한 1.4%보다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FOMC가 추가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책 완화를 위해 충분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낸 가운데, 이제 우리는 내년 6월(이전 7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내다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bp 낮출 것으로 예상을 바꾼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내년 7월에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한 달 앞당기고 기존 100bp인하 예상을 125bp로 확대한 것입니다. 소시에떼 제너럴과 ING는 Fed가 내년 5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모두 150bp 내릴 것으로 예상했고요. 소시에떼 제너렐은 3월부터 내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6월 금리 인하를 시작, 총 6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르면 3월 초 금리 인하가 이뤄질 위험이 커졌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조기 정책 완화를 실시하면 연착륙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당초 내년에 Fed가 12월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가, 6월부터 세 번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을 고쳤습니다.
이러다보니 시카고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에 77% 확률로 베팅했고, 내년에 기준금리가 최대 160bp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좀 보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FOMC는 어제까지 세 번 연속 금리 인상을 자제했고 향후 몇 달간 추가 긴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로 회복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당분간 완화 정책을 자제할 것"이라며 내년 6월에 처음 인하할 것이란 관측을 유지했습니다.
UBS도 "시장이 너무 빠른 속도의 인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 사례에서 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2024년 중반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7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오늘 아침에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경우 어제 Fed와 사뭇 달랐습니다. 기준금리 동결은 같았지만, 성명서와 기자회견은 매파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 이사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를 하지 않았다.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QE) 프로그래민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원금 재투자를 내년 말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E를 마침내 끝내겠다는 것이죠.
BOE는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는데 위원 9명 중 6명이 동결, 3명은 25bp 인상 의견을 냈습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계속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결정들을 내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아예 기준금리를 25bp 높여 4.5%가 됐습니다. 은행 측은 "경제가 냉각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럽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미국보다 복잡하지만, 경제 상황도 더 어려운 만큼 내년 초면 ECB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될 것으로 여전히 예상합니다. 실제 ECB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7%에서 0.6%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는 1.0%에서 0.8%로 내렸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수익률은 (유럽과 관계없이) 어제 파월의 피벗을 재료로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아침부터 연 4%를 깨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는 소비자들이 뜨거웠던 여름 소비에서 후퇴하고 휘발유 가격이 뚝 떨어진 만큼(휘발류 가격이 내리면 실제 소비는 줄지 않아도 소매판매액 자체는 줄어들죠) 전월보다 0.1%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그것보다 훨씬 좋게 나온 것이죠. 휘발유 때문에 주유소 판매는 2.9%나 감소했는데도 강한 데이터가 나온 것입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6% 늘었고, 변동성이 큰 품목을 모두 뺀 통제 그룹(control group)의 소매판매도 0.4% 늘었습니다. 소매판매에 포함되어 있는 유일한 서비스업 카테고리인 레스토랑과 주점 매출은 1.6%나 증가해 지난 1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경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 중의 하나가 소매판매인데요. 미국 경제는 소비가 70%를 차지하고요. 그 소비 중의 40%를 정도를 대변하는 게 소매판매 데이터입니다. 소매 판매는 9월까지 예상 밖 호조를 이어오며 경기를 뒷받침해왔으나 지난 10월 7개월 만에 하락(-0.2%)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된 11월에 다시 강한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RSM은 "소비자들의 견고한 지출이 지속되면서 11월 소매판매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우울한 연휴 쇼핑 시즌 전망은 이제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간단히 말해 경기 침체가 곧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노동시장 상황을 가장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20만2000건으로 예상 22만 건, 이전 주의 22만1000건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지난 10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고요. 지속청구건수는 2만4000건 늘어난 187만6000건으로 집계됐지만 190만 건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들 지표의 수준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노동 시장이 전반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11월 수입 가격도 전달 대비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강한 데이터가 발표된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2%에서 2.6%로 크게 높였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여전히 강하고 근원 물가는 Fed 목표의 두 배 수준인데도 파월 의장이 너무 쉽게 전환하면서 음모론이 나돌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 대선을 앞두고 부담스러우니 상반기에 인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 △내년 초부터 많은 장기 국채를 찍어내야 할 재무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 △경기를 살려 (파월을 싫어하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란 설 등입니다. 라두크 트레이딩의 크레이그 샤피로 고문은 "애틀랜타 연은의 4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2.6%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려는데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음모론을 믿지 않기는 어렵다. 폭증하는 재무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낮추거나 엄청난 미실현손실에 눌린 지방은행을 구제하려는 것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강한 데이터가 나온 뒤 금리는 멈칫하기도 했지만 곧 하락세를 재개했습니다. '경기가 둔화하지 않아도 금리를 내리겠다'고 시사한 파월의 피벗이 훨씬 더 큰 영향을 준 것이죠. 결국 오후 3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2bp 하락한 3.913%에 거래됐고, 2년물은 9.5bp 떨어진 4.386%를 기록했습니다. 단기에 급락해 4% 밑으로 내려간 10년물 금리는 더 떨어질까요? 이를 놓고 신, 구 채권왕이 맞붙었습니다. '신채권왕'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Fed가 기준금리를 200bp 낮출 것이고 10년물은 낮은 3% 범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구채권왕' 빌 그로스는 "10년물 수익률이 내년에 3%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스꽝스럽다. 기준금리가 3%에 머물고 있다면 10년물은 평균 기간 프리미엄 1.1%포인트를 더해 우리가 있는 4%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더 떨어질 수는 있지만 단기에 급락했기 때문에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내년에는 수익률이 지금보다는 더 하락한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달러는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87% 하락해 101.97을 기록했습니다. Fed는 완화 전환을 시사했지만, ECB와 영란은행은 긴축을 유지한 게 하락세를 더 부추겼죠. 기술적으로 다음 지지선은 지난 6~8월 저점으로 작용했던 101.60 근처입니다.
연착륙 기대에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04% 오른 배럴당 71.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틀간 오름 폭은 4.33%에 달합니다.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의 빠른 둔화 속에 미국 경제는 잘 버티면서 별다른 경제적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요. 가장 큰 위험이 바로 Fed가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침체를 부를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Fed가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서면서 경착륙 위험이 줄어들고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는 어제 인플레이션 둔화, 연착륙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인증해줬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서 Fed나 시장과 맞서 싸우기 어렵고, 경제 측면에서 일종의 근본적 데이터의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는 현재의 낙관적인 투자심리는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좋은 분위기 속에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들어 하락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0.43%, S&P500 지수는 0.26% 올랐고 나스닥은 0.19% 상승했습니다. 3대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올랐습니다. 지수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쏟아졌습니다. 이는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소위 매그니피선트 7 주식들은 대부분 하락한 반면 에너지, 부동산, 소재, 산업, 은행 등 그동안 소외됐던 주식들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은행주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6%, 씨티은행은 5% 급등했습니다. 다우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S&P500 지수는 4700을 훌쩍 넘었죠. 시장에 큰 걱정은 없지만 지수 수준은 부담스럽습니다.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는 약 19배, 나스닥의 경우 약 26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과매수된 수준(RSI >70)에 근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는 몇몇 빅테크 주식에 의해 주도됐지요. 이런 주식들은 P/E가 거의 30배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소외됐던 싼 주식에 몰려든 것이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어제 3% 넘게 오른데 이어 오늘도 2.72%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48일전 52주 신저가에서 신고가로 뛰어 오른 겁니다. 러셀2000 지수는 16%가 금융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오늘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오늘 5.08% 뛰었고, KBW 지역 은행 지수는 4.25% 상승했습니다. 이들 지수는 최근 한 달간 20%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 3월 은행 위기 이전보다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파월의 발언은 시장 우려를 잠재웠다. 그동안 금융과 부동산이 높은 금리로 인해 가장 큰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장 크게 반등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리츠홀트 투자자문의 조시 브라운 CEO는 “지수는 이미 Fed의 전환을 반영해서 크게 올랐다. 그래서 그동안 랠리에서 소외됐던 주식 중심의 캐치업 트레이드(따라잡기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계속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찰스 슈왑은 "오늘 S&P500 지수 등은 초기 상승하다가 약간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는 시장이 기술적으로 과매수 상태이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매수를 보면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확신하는 패턴이 발견된다. 이른바 거대기술주에서 금융, 부동산, 유틸리티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으로의 순환매가 명백히 나타난다. 이는 기술적 면에서 시장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는 약간 과매수되었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명 투자자인 마크 미네르비니는 "오늘 아침에 레나(LEN), DR호튼(DHI) 등을 큰 이익을 내고 팔았다. 더 이익이 날 수도 있지만 확실한 이익을 챙기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또 과매수된, 이익이 난 다른 주식 일부도 조금 덜어냈다. 시장은 많은 주식과 함께 지나치게 올랐다. 조정이 임박했다. 여기서 지수가 더 오르면 더 매도할 것이다. 지수는 정말 과매수되어 있고 투자자 심리는 지나치게 강세론으로 기울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조정을 불러) 상승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세의 신호다. 유리한 계절성과 최근 Fed의 비둘기파적 전환은 시장의 바닥을 제공할 것이다. S&P500지수의 하락폭은 3~6%로 억제되어야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