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협상을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2월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의회 의장. AP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협상을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2월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의회 의장. AP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14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정식 가입까지는 지난한 협상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헝가리 기권 후 26개국 만장일치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헝가리를 제외한 EU 26개 회원국 정상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하는 안을 의결했다.

찰스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유럽이사회는 우크라이나 및 몰도바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그 나라 국민과 우리 대륙에 대한 분명한 희망의 신호"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해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표결을 앞두고 다른 정상들의 동의를 얻고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총리는 이후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며 "헝가리는 이 나쁜 결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결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2월 말 EU 가입을 신청한지 1년10개월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6월 EU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되려면 가입 협상을 거쳐 각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하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EU 회원국 가입은 △가입 신청 △가입 후보국 지위 획득 △회원국 동의 △정식 가입 협상 △EU회원국·유럽이사회·유럽의회 승인 및 각 회원국 의회 비준 △최종가입 승인 등 6개 과정으로 이뤄진다. 회원국 동의를 얻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반환점을 돈 것이다.

남은 '가입 협상'은 EU 회원국이 되기 위한 본 경기에 가깝다. 에너지 사법 인권 외교안보 등 35개 분야에서 '코펜하겐 기준'으로 불리는 EU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국 법을 EU의 선진국 수준에 맞춰야하는 만큼 국내 정치적인 진통이 예상된다.

튀르키예는 2005년 EU 가입협상을 시작했지만 인권 등 기준을 맞추지 못해 18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2013년 EU에 마지막으로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가입 신청 이후 회원국이 되는 데 10년 가량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2035년은 돼야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9조원 경제지원도 이뤄지나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며 사그라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침공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미온적인 입장이었으나, 전쟁 발발 3개월만에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며 지원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4년 간 54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안도 논의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X(전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의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같은 날 4시간 동안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국화"라고 못박았다. 푸틴 대통령은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는 표현)의 목표를 바꿀 계획이 없으며 이 목표가 달성돼야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전쟁 수행 의지를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