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재고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시장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에서 테슬라와 리비안을 제외한 전기차 재고는 114일분으로 전년 동기(53일분)의 두 배 이상이다. 미국 전체 자동차 재고가 71일분인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재고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닛산의 리프와 아리야, 기아의 EV6, 포드의 전기 머스탱 마하-E 등이 재고가 많은 전기차종이다. 포드 전기 머스탱 마하-E의 재고량은 지난달 말 기준 284일분으로 가장 많았다. 닛산 리프는 183일분, 기아 EV6는 145일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전기차 재고 수준은 네 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내연기관차 또는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가격이 높은데, 전기차 충전소 부족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아 수요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진한 수요로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포드는 자사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내년 생산 목표를 주당 3200대에서 1600대로 50% 낮췄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회사가 예상한 강력한 전기차 수요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 일부 신형 전기차의 생산을 연기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