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5일 “중앙은행이 브레이크를 밟는데 정부가 액셀을 밟기 시작하면 차량 작동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긴축을 하는 상황에서 확장재정을 하면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재정당국이 지출을 늘리려고 하면 엇박자가 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중앙은행과 정부가 서로 공조를 이루면서 속도감 있게 물가 대응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3회가량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과 관련, “일부 국가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물가가 고정화·경직화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가격 안정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물가 지표가 조금 안정됐다고 해서 섣불리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에 나서선 안 된다는 경고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 경제에 대해 “좋은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고 그 근간에는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긴축 기조와 관련해선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가도록 지출을 확대했는데, 지금은 충격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재정을 정상화하는 게 맞다”고 제안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재정을 줄이고 있지는 않지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고, 재정의 필요성 자체도 예전보다 많이 약화했다”고 언급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선 “경제가 발전해 장수사회에 돌입하는 국가에선 언제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연금개혁을 하면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하고 내는 돈과 받는 돈도 달라진다”며 “모든 사회에서 이행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젊었을 때 우리나라(불가리아)에선 55세면 퇴직했고 나도 당연히 그때 퇴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0세가 된 지금도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장수를 굉장히 책임감 있게 즐겨야 한다는 걸 한국인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저성장 탈피를 위해) 한국은 생산성 증대를 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시장 내 진입·퇴출 장벽을 낮춰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문화적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 인력도 더 많이 받아들여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선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3% 정도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회복 속도가 더디고 또 불균등하게 진행되면서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둔화도 변수로 꼽았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이 1% 성장하면 아시아 경제는 0.3% 성장한다”며 “중국 경제 성장이 더 둔화한다면 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IMF 공동주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10월 총재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