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교수 "생체신호만 측정해도 어떤 마약 했는지까지 알 수 있죠"
“채혈 없이 생체신호로 어떤 종류의 마약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마약사범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를 이끄는 김태원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얻는 실시간 생체신호와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통합 분석해 마약 특성 분석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심박변이도 측정으로 마약 투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현재 방식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교수는 2000년부터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산업재료나 구조물을 구성하는 재료의 성질과 역학적 관계 등을 연구하는 재료역학 전문가다. 생존성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시작하면서다. 김 교수는 “외부로부터 위협받았을 때 병사들의 생존을 위한 기술 연구가 포함돼 있었다”며 “병사들의 신체 지표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존성 예측 모델을 만드는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연구가 종료된 이후에는 생존성 기술을 민간인에게도 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각종 재난으로 인한 생명 위협, 돌봄 공백으로 인한 고령자의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를 풀고 싶어서다.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가 설립된 배경이다.

김 교수는 심박수, 심박변이도, 산소포화도, 활동량과 같은 신체적 지표와 함께 스트레스 정량 분석에 도전했다. 그는 “몸과 마음의 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떨어뜨려 놓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스트레스 측정을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양대병원과 함께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만들어 생체신호뿐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과정을 거쳐 실시간 생체신호와 체내 바이오마커의 연관성을 분석해 스트레스가 면역력 및 각성수준 등의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실시간 생체신호와 바이오마커 통합 분석기술은 마약 중독자 식별과 관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마약은 종류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심박 변이도 등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어떤 마약을 투약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마약 중독자 재활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약물 중독자의 재활 중 가장 어려운 게 약물을 투약하고 싶은 충동이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약 20분의 시간인데, 이 순간만 잘 넘기면 재활이 훨씬 수월해진다”며 “충동이 드는 순간을 생체신호 분석을 통해 잡아낼 수 있고, 이를 보호자에게 공유해 마약 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는 지난 10월 마약재활치료센터인 경기도 다르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마약 재활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실증연구는 내년 봄께 시작한다. 김 교수는 “실증연구를 통해 검증을 마치면 세계 최초의 기술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국가 마약 관리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