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한국타이어 본사.  /최혁 기자
판교 한국타이어 본사. /최혁 기자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공개매수 조건 변경이 가능한 마지막 날인 15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전격 공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동시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우군을 선언한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내 주식 매집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는 요청서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조 회장 측과 법정 공방에 나서는 동시에 공개매수가격을 인상해 소액주주를 끌어들이는 ‘투 트랙’ 전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조 회장 측은 그럼에도 “경영권 방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조 회장 측이 장내 매수 또는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 경영권 분쟁을 끝내려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 급락

[단독] MBK, 가격인상·법정공방 '투트랙'…조현범 "경영권 방어 문제없다"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5.06% 하락한 1만5850원에 마감했다. 지난 5일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8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을 밑돌았다.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조 명예회장은 7일부터 14일까지 6거래일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한국앤컴퍼니 주식 258만3718주(2.72%)를 사들였다고 14일 공시했다. 조 회장 지분율인 42.03%와 합산하면 44.75%에 달한다. 조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hy도 앞서 지분을 장내 매집해 1.5%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주가 하락을 공개매수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가격을 전격적으로 올렸다. 주가 과열이 멈추면서 공개매수 가격 위에서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 등을 우군으로 포섭해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5일 주가 급락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끝나면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원상 복귀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소액주주 등에게 줬다”며 “이런 상황에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올려 개인투자자들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세 조종·5% 룰 위반 조사도 요청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조 명예회장의 장내 매수가 자신들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시세를 조종하려는 행위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이 7일부터 14일 사이에 7일을 제외하면 당일 종가보다 높은 평균 단가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앤컴퍼니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 측이 주식대량보유 보고 의무(5% 룰)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 명예회장이 7일 한국앤컴퍼니 주식 150만 주를 장내 매집하면서 조 회장이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지만 조 명예회장의 개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명예회장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만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면서 경영권 분쟁 향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회장 측이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아직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매수가를 올린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흥행한다면 격차는 좁혀질 수 있다. 추후 조 명예회장이 5% 룰을 위반해 지분을 매집한 것으로 드러나면 조 명예회장의 지분(2.72%)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조 회장 측 “방어 문제없다”

조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인상에도 “경영권 방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전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준비는 다 끝났다”고 말했다. MBK가 공개매수가를 올리더라도 장내 매수, 대항 공개매수 등을 통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할 방안을 세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조 명예회장의 경우 현금 동원력만 최소 5000억원 이상이다. 시장에선 조 회장 측이 다음주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50% 이상 확보한 뒤 이번 분쟁을 완전히 끝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준호/김일규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