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조감도’(2017).
‘파리, 조감도’(2017).
16일 개막하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4~5번 정거장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배경이 겨울이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파리 명소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사람들처럼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지금 보면 더 와닿는다.

네 번째 정거장에 들어선 순간 전시장엔 함박눈이 쏟아진다. 그 옆에는 어린아이가 강아지와 뛰어논다. 전시장 벽면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눈이 내리는 동영상을 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활용해 보다 실감 나는 파리의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표현했다. 4~5번 정거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다른 정거장에선 작품 보호와 쾌적한 관람을 위해 금지하는 사진 촬영이 이곳에선 허용된다.

들라크루아의 어린 시절 추억은 6~7번 정거장에 주로 담겨 있다. 무대는 파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들라크루아만의 ‘꿈의 마을’ 이보르. 그는 어린 시절 친척이 살았던 이 동네를 방학 때마다 찾았다. 여섯 번째 정거장 ‘길 위에서’는 파리에서 이보르로 향하는 숲길의 노을진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냈고, 일곱 번째 정거장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에선 이보르에서 스키를 타고 나비를 잡던 어린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