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2월 15일 금요일>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15일(미 동부시간) 끝났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작되어 하루 뒤까지 입을 다무는 2주간의 시간이죠.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이 Fed의 실질적 이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였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 금리 인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수요일 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했다"라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사뭇 다른 것이죠. 윌리엄스는 내년 3월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장 베팅에 대해 "그 점을 생각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반전된다면 정책을 다시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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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합 선에 머물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윌리엄스의 발언이 전해진 오전 8시 30분께 순간 10bp가량 치솟아서 4.5%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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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윌리엄스가 말한 게 오는 3월 금리를 인하할지를 결정짓는 게 아니다. 그때까지 발표될 석 달 동안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그걸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한 번 병밖에 나온 지니를 다시 병에 넣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미 초기적 논의가 이뤄진 것을 알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후에는 ‘비둘기’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가 로이터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임박한 일이라고 실제로 느끼지 않는다"라면서 자신은 2024년 하반기에 두 차례(50bp) 인하만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슈퍼 비둘기’ 시카고 연은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Fed가 인플레이션에서 노동시장 둔화로 초점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오르기 시작하면 점진적이 아니라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발언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더 나오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많이 하락한다면 완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것이죠. 하지만 그도 "내년에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150bp 이상에 달하는 인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윌리엄스와 보스틱 총재는 내년 FOMC 투표권자입니다. 반면 올해 투표권자인 굴스비 총재는 내년에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오늘 경제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계속 서비스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12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1.0으로 11월 50.7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서비스업 PMI가 51.3으로 11월 50.8, 예상 50.7보다 높게 나온 덕분입니다.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조업 PMI는 48.2로 전월 49.4, 예상 49.5를 밑돌았습니다. 4개월 내 가장 낮습니다. 즉 서비스업은 확장 국면(50 초과)에서 확장세가 확대되었지만, 제조업은 위축 국면(50 미만)에서 추가로 위축한 것이죠. S&P글로벌은 "12월 PMI는 미국 경제가 모멘텀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는 것을 가리킨다. 금융여건 완화로 서비스업에서 기업활동과 고용, 수요가 탄력을 받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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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10월 0.9%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죠. 다만 월가 예상 0.3% 증가에는 못 미쳤습니다. 또 전년 동기 대비로는 0.4% 줄어든 상태입니다. 웰스파고는 "산업생산은 11월 소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했다. 0.2% 증가는 10월 수치가 0.6% 감소에서 0.9% 감소로 하향 수정된 것을 상쇄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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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2년물 수익률은 5bp 상승한 4.449%에 거래됐습니다. Fed 위원들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10년물은 1.5bp 하락한 3.915%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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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윌리엄스의 발언에 혼조세로 출발한 뒤 보합권을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0.15%, 나스닥은 0.35%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지만, S&P500 지수는 0.01%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장 막판 중국 정부가 더 많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아이폰 사용을 중단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 애플 주가(-0.27%)가 흔들리며 지수를 약간 끌어내렸습니다.
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주가는 오늘은 혼조세를 보였지만 이번 주까지 지난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7주 연속 상승세는 6년 만에 가장 긴 기록입니다.
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 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수요일 FOMC로 증시 심리가 크게 좋아졌지만, 단기적 부양 효과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아무리 추세가 강하더라도 시장은 매일 오르진 않는다. 상승세가 얼마나 크고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관계없이 모든 랠리에서 후퇴와 휴식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도 "S&P500 지수는 두 달도 안 되어 1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이를 어느 정도 소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Fed 관계자가 시장의 열정을 냉각시키는 발언으로 밀어붙인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그러나 전반적으로 긍정적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시장은 Fed보다 훨씬 앞서서 올랐고 지금 과매수되어 있으며, 투자자들은 안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넓고 큰 그림에서 추세는 매우 낙관적이다. 지난 2년 동안은 Fed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격적 긴축 정책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제 그게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시장에 뛰어들어 주식을 최대 매수 포지션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쟁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더 넓은 배경은 낙관적이며 통화정책 변화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강력하고 지속적 순풍을 일으키리라 생각한다. 나는 투자자들이 단기냐, 중장기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장기로는 확실히 매우 고무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게 지금의 핵심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은 파월 의장이 지난 수요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다고 봅니다. 1982년 Fed의 폴 볼커 전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던 당시 전후 37일간 S&P500 지수가 19% 상승했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번에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3거래일 동안 14%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실 FOMC가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제시하면서 월가가 달아올랐는데요. 금리 인하 시기, 그리고 내년에 얼마나 내릴지에 관해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을 보면 내년 3월부터 인하할 가능성이 70%를 넘고, 내년에 6번(150bp) 이상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를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비판합니다. Fed가 금리를 내리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매우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하락해 경기 침체가 아니어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경우인데요. 그걸 보험성 인하라고 부르는데, 그럴 경우 Fed는 보수적으로 내릴 것이란 겁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경기 침체 없는) 보험성 인하를 기대하면서도 내년 3월부터 150bp 공격적 인하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죠. 캐머런 도슨 뉴웨지웰스 최고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닥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성 인하라면 내년에 75bp 이상 내리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6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세 차례 내릴 것으로 보는 웰스파고 등이 이런 진영입니다. 실제 과거 보험성 인하가 이뤄졌던 1995년에 Fed는 5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세 번만 금리를 내렸습니다. 또 2019년에도 2019년 8월, 9월, 10월에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뒤 멈췄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FOMC 이후 첫 금리 인하가 내년 3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만 125bp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하락해 금리를 많이 내릴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죠. 팀 듀이 SGH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정책금리를 150bp 인하해야 중립금리 0.5%를 고려한 실질 정책금리는 1.8%가 된다. 이는 전혀 경기를 자극하는 수준이 아니며 모순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누구의 말을 따르게 될지는 모릅니다. 보스틱 총재의 말을 들으면 Fed는 현재 내년 하반기 두세 차례 인하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파월 의장이 보름도 안 되어 금리 인하에 대해 "시기상조"에서 "논의 중"으로 바뀐 것처럼요. 12월 점도표를 보면 Fed 위원 1명은 6회 인하, 4명은 4회 인하를 제시하기도 했고요.

만약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보험성으로 금리를 내리되 150bp씩 인하한다면 증시는 상승 연료를 더 얻게 될 수 있습니다. 반면 Fed가 점도표에서 제시한 것처럼 하반기 세 차례 정도 내리는 데 그친다면 시장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미국이 연착륙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기저의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측정치에 따라 일부는 여전히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을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보수적 통화정책을 주문했습니다.
파월의 천기누설? '이인자' 윌리엄스의 반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다음주에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가 가장 중요합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PCE 물가는 전월 대비 0.1% 감소하고 근원 PCE 물가는 0.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봅니다. 이는 10월(0%, 0.2%)보다 둔화하는 것이죠. 1년 전에 비해서도 각각 2.7%와 3.2%로 10월(2.8%, 3.4%)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이미 11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가 나와 있어 월가 추정은 비슷합니다. 내구재 주문, 기존주택판매, 경기선행지수 등도 나옵니다.

Fed 위원들도 대거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오늘 윌리엄스 총재처럼 시장의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반박할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