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스타 여신, 광고매체 된다"…인플루언서에 주목한 피처링 [그래서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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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투자했다(18)
김현규 스틱벤처스 선임
김현규 스틱벤처스 선임
한경 긱스(Geeks)의 [그래서 투자했다]는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김현규 스틱벤처스 선임이 애드테크 스타트업 피처링에 투자한 뒷이야기를 전합니다.요즘 들어 장사꾼들이 뾰족하게 갈고 닦는 기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게 앞에 길게 줄을 늘어뜨리는 것인데요.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동네 골목을 속속 꿰고 있는 토박이 주민에게도 괜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마치 옛 동화의 피리부는 사나이에 홀리기라도 한듯 기다란 행렬 끝으로 합류해볼까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의 경험이 아닐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리뷰와 댓글이 사람들을 끌어 모읍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구매라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닙니다. 요모조모 따져가며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남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것이 몇 배는 효율적이기에 유독 좋은 리뷰와 추천의 영향력이 커진 최근의 현상은 꽤 당연한 모습입니다.
인플루언서가 그저 팔로워가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아니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과 궤를 같이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를 동경함은 물론 그들의 말을 신뢰하고 심지어는 조언이나 정보를 얻는 창구로써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인플루언서가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들은 건물의 옥외 광고판이나 포탈 사이트의 배너와 같은 새로운 광고 매체로서 전에 없던 입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광고 매체가 된 인플루언서
이제 인플루언서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어엿한 광고 매체가 됐습니다. 하지만 어떤 인플루언서를 사용할지, 얼마의 비용이 들고, 효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은 아직 광고 담당자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십수년 전 모습 그대로입니다.피처링은 다량의 데이터를 모아 광고주들이 궁금해할만한 인플루언서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동일한 품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내놓았죠.
피처링이 개발한 동명의 서비스 '피처링'은 인플루언서의 팔로워들 중 가짜 계정(봇)을 탐색해 유효한 팔로워가 얼마인지를 보여줍니다. 투자 검토를 하며 단돈 몇 만원에 수백만 가짜 팔로워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횡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피처링이 수년간 1000만개 이상의 봇 계정을 분석해 구현해낸 이 기능은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고객 요구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처링 서비스는 인플루언서별 예상 광고 단가, 해당 계정이 어떤 오디언스에게 광고 효율이 높은지, 구매 전환이 얼마나 이루어질지 꽤 구체적인 예측값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년 간 직접 광고를 대행하며 60만 건의 광고 성과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실제로 광고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광고비 대비 효율이 얼마일지를 예측하는 이 기능에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업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유용한 기능이 많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고객이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피처링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기획을 포함한 국내 상위 광고 대행사 여러 곳에서 피처링의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실제 인플루언서 광고의 선호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현업 관계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죠.구체적인 숫자로 이야기하자면 광고주들의 전체 광고 예산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게는 10%에서 많은 경우 30%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항간에 웬만한 인플루언서들의 수입이 유명 연예인 못지 않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업계에서 이렇게 큰 비중으로 주류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광고 전략에 따라 어떤 인플루언서를 쓰는지도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브랜딩을 확실히 하고 싶을 때는 메가급 인플루언서, 바이럴을 일으켜 인지도를 높이고 싶을 때는 다수의 마이크로급 인플루언서를 활용합니다. 특히 수천, 수만 수준의 팔로워를 보유한 마이크로급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비 편성이 공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유명 인플루언서를 소속시킨 현재의 에이전시(MCN)와는 다른 사업 기회가 탄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부재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에게만 광고를 맡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광고의 기획자들에게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고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현재까지 인플루언서 광고는 대행사가 다시 대행사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발굴과 분석, 관리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피처링이 1300만 개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라 불릴만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유입니다. 피처링 서비스에 광고의 목적에 따라 몇 가지 필터를 거는 것만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일일히 키워드를 검색해가며 적합한 사용자를 찾는 수고를 크게 줄일 수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전체 이용자 중 5%에 달하는 사용자가 5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대규모 풀을 확보하고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가늠이 됩니다.
피처링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큰 가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피처링이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영향력, 광고 효과 분석의 정합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까다롭게 살펴보지 않기도 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던 매체 발굴과 광고비 산정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은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애드테크 탄생할까
피처링의 매출 구성을 뜯어보면 솔루션 외 CPM, CPS와 같은 광고 대행사에서 볼 수 있는 매출 항목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CPM, CPS는 광고 대행비를 산정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각각 노출수, 판매량 당 일정 금액의 광고비가 책정하는 과금 체계입니다). 실제로 피처링은 브랜드사 또는 광고대행사로부터 인플루언서 광고 대행을 맡고 있기도 한데요. 얼핏 보면 서비스가 아닌 본업과 관계 없는 광고 대행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업을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면 애드테크 사업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피처링은 광고 대행성 매출 수십억원을 단 2-3명의 인력으로부터 만들고 있습니다. 광고 대행 과정에서 본인들의 역할을 똑똑하게 정의하고 자동화를 이루었기 때문인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는 인플루언서 광고는 상당히 정형화돼 있습니다. 모델이 제품을 들고 셀카를 찍거나 제품의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기는 식으로 말이죠. 또 인플루언서 대부분은 스스로 콘텐츠 기획이 가능해 광고 대행사가 관리해야할 영역은 한정적이죠.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광고 효율이 좋은 적합한 인플루언서를 선정해 캠페인을 넘기기만 하면 피처링의 역할은 끝이 납니다.
포털 사이트나 앱의 배너가 주요한 광고 매체로 자리잡으며 떠올랐던 많은 애드테크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의 일부는 우리가 잘 아는 유니콘이 되기도 했죠. 그들의 비즈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광고주를 대신해 적합한 매체에 광고를 게재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들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입니다. 사람이 해야될 일을 기술을 활용해 효율화 했다는 점이 혁신이라 불리는 일이 됐죠.
그래서 왜 투자했나
투자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는 크게 시장과 산업의 변화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힌트를 얻는 톱다운 방식과 회사 자체의 역량을 뜯어보는 바텀업 방식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장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예정된 수순이었기에 피처링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는 톱다운 보다는 바텀업으로 알게 된 회사의 속사정들이 근거가 됐습니다.검토 당시 피처링에는 한 달 500건이 넘는 엄청난 도입 문의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원하는 대형 브랜드사와 광고 대행사의 채택이 연달아 이뤄지며 피처링은 서비스 판매와 함께 안정적으로 캠페인을 수주할 수 있는 광고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회사는 톱다운으로 앞으로 발생할 시장 기회에 대해 설명했고, 저희는 회사가 쌓아가는 실적들을 눈으로 목격하며 기회를 쟁취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팀이라는 바텀업 판단을 내렸습니다.
임원들의 회식 결제 내역을 문자로 받아보며 새벽에도 전화로 무얼 먹었는지 묻는 장지훈 대표의 비용 철학, 그런 처지를 불행히 여기면서도 밤새워 개발하고 투자 피칭에 참석하시는 최화섭 CTO의 프로다움이 이 팀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더해줬습니다. 한 달여 간 직접 사용해본 피처링 서비스에서 그들의 끈끈한 팀워크가 느껴졌다면 담당자의 사후 편향일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피처링은 IT 서비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 붙은 요근래, 회사가 계획했던 것보다 2배 가량 많은 57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주주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실적을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피처링 팀은 연말인 오늘도 크리스마스 특수를 챙겨야 한다며 쉬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규 스틱벤처스 선임 ㅣKAIST 화학공학과 배터리 석사, 티맥스A&C 소프트웨어 개발자,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연구원을 거쳐 벤처 투자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는 제조 기업의 밸류체인과 사회의 신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